챗GPT를 만드는 회사가 지난해 39조 원 가까운 OpenAI 적자를 냈다는 뉴스가 쏟아졌을 때, 저는 헤드라인보다 그 밑에 깔린 숫자의 구성을 먼저 들여다봤습니다. 재무제표를 오래 다뤄본 사람에게는 “손실 385억 달러”라는 한 줄이, 사실은 세 가지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세 가지 다른 답이라는 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OpenAI가 2025년에 정말 얼마를 잃었는지, 그리고 그 숫자가 왜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말해지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복잡한 회계 용어를 나열하지 않고, 숫자 뒤에 숨은 의사결정의 논리를 짚어보려 합니다.
💡 필자의 시각
대기업 재무팀에서 연결재무제표를 다루던 시절,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숫자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두고 회의가 길어지던 기억이 있습니다. 같은 손익이라도 어떤 항목을 조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때 배운 것은, 재무제표의 숫자는 사실이지만 그 숫자를 “어떤 렌즈로 보여줄지”는 항상 선택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그 감각이 지금 OpenAI의 손실 논쟁을 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2. 385억 달러 OpenAI 적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3. 비영리에서 영리로: 재구조화가 만든 회계상 손실
4. OpenAI 적자는 209억 달러, 진짜 사업의 성적표
5. 조정손실 80억 달러가 말해주는 것
6. 왜 이런 회계 구조가 만들어지는가 — 인센티브의 경제학
7. Anthropic·SpaceX와 비교하면 보이는 차이
8. 한국 투자자·스타트업에 주는 시사점
9. 맺음말
FAQ – 자주 묻는 질문
1. OpenAI 적자 뉴스, 왜 숫자가 제각각인가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가 감사받은 OpenAI의 2025년 재무제표를 검증하면서 OpenAI 적자 규모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같은 재무제표를 보고도 매체마다 인용한 숫자가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포브스와 벤징가는 “순손실 385억 달러”를 헤드라인으로 썼고, 포춘은 “영업손실 약 209억 달러”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는 “일회성 비현금 항목을 제외한 조정손실은 약 80억 달러”라고 별도로 계산했습니다.
대부분의 블로그와 뉴스레터는 이 중 가장 큰 숫자인 385억 달러만 인용하며 “OpenAI가 곧 무너질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 프레이밍을 택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세 숫자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야 합니다.
385억 달러는 “회사 전체의 회계상 순손실이 얼마인가”에 대한 답이고, 209억 달러는 “실제 사업 운영에서 얼마를 잃었는가”에 대한 답이며, 80억 달러는 “현금이 실제로 얼마나 빠져나갔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계산된 숫자이므로, 어느 하나만 옳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표: 2025년 OpenAI 손실 3단 비교]
📎 참고 자료: 파이낸셜타임스의 OpenAI 재무제표 검증 기사 보기
[OpenAI 적자 385억 달러를 보도한 서로 다른 신문 헤드라인]
1-1. “적자 385억 달러”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배경
이 숫자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경로 자체도 흥미롭습니다. OpenAI는 아직 정식으로 재무제표를 공개 상장기업처럼 공시하는 의무가 없습니다. 그런데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사받은 재무제표가 일부 관계자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고, 이를 독립 저널리스트 에드 지트론이 먼저 공개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이 자료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면서 신뢰도가 확보됐고, 이후 여러 매체가 각자의 관점에서 숫자를 재인용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은, 언론마다 인용하는 숫자가 다른 이유가 “취재력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회계 층위를 강조했는가”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1-2. 손실 규모를 둘러싼 두 개의 반응
OpenAI 적자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 정도 손실이면 AI 버블이 곧 터진다”는 위기론을 제기했고, 다른 쪽에서는 “이건 회계상 착시일 뿐 실제 사업은 건전하다”는 반박이 나왔습니다.
두 진영 모두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다만 어느 한쪽 주장만 받아들이면 실제 리스크를 과장하거나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어느 진영이 맞는지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유효한지를 구분해서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2. 385억 달러 OpenAI 적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명은 단순합니다. “OpenAI 적자의 원인이 단순히 컴퓨팅 비용 과다 때문이라는 설명”이라는 것입니다. 이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OpenAI 적자를 단순히 ‘돈을 너무 많이 써서’라고 보는 시각은 절반만 맞는 설명입니다.
실제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385.3억 달러의 순손실 중 약 415.5억 달러가 전환상환권과 워런트 부채의 공정가치 변동에서 발생한 비현금 항목이었습니다. 이는 실제 지출이 아니라 회계상 평가손실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은, 이 비현금 손실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오를수록 오히려 더 커지는 역설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가진 증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 회사 가치가 상승하면 그 전환권의 공정가치도 함께 올라가고, 이 상승분이 회계상 부채 증가로 잡혀 손익계산서에 손실로 반영됩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잘 될수록 이 특정 회계 항목에서는 오히려 “손실”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것은 미국 회계기준(ASC 480 및 815)에서 전환증권과 파생상품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제가 대기업 재무팀에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도 비슷한 원리의 항목을 다뤄본 적이 있습니다. 자회사의 지분평가 관련 파생상품을 공정가치로 재평가할 때, 사업 실적과 무관하게 시장가치 변동만으로 손익이 출렁이는 경우를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다만 이 구조는 전환증권이나 워런트처럼 계약상 조건이 명시된 금융상품에만 적용되며, 일반적인 대출이나 단순 지분투자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2-1. 공정가치 평가란 정확히 무엇인가
전문 용어를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공정가치 평가(Fair Value Measurement)란, 특정 금융상품을 “지금 시장에서 팔았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가정으로 매 회계기간마다 재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전환상환권이나 워런트처럼 미래에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증권은, 회사의 주식 가치가 오르면 그 권리의 가치도 함께 오릅니다. 이때 이 권리를 보유한 쪽(투자자)에게는 이익이지만, 이 권리를 발행한 회사(OpenAI) 입장에서는 회계상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처리되어 손실로 잡힙니다.
2-2. OpenAI 적자 구조가 국내 스타트업에도 낯설지 않은 이유
이 구조는 사실 한국의 벤처투자 생태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발행하는 전환상환우선주(RCPS)나 상환전환우선주도 유사한 회계처리 원칙(K-IFRS 기준 금융부채 분류)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컨설팅 현장에서 만난 여러 스타트업 대표들도 “회사가 잘 되어 밸류에이션이 오를수록 왜 재무제표상 손실이 커지느냐”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것이 회계기준의 요구사항일 뿐, 경영진의 실책이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다만 이 논리는 전환증권이 금융부채로 분류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자본으로 분류되는 우선주라면 이런 손익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3. 비영리에서 영리로: 재구조화가 만든 회계상 손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명은 “OpenAI가 이제 완전한 영리기업이 됐다”는 정도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전환 과정이 OpenAI 적자 숫자에 남긴 흔적이 훨씬 복잡합니다.
2025년 10월 28일, OpenAI는 기존의 이익상한형(capped-profit) LLC 구조를 폐지하고, 델라웨어주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인 OpenAI Group PBC로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 재단인 OpenAI Foundation은 약 26%의 지분(당시 약 5,000억 달러 밸류에이션 기준 약 1,300억 달러 상당)을 보유하며 이사회 통제권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지점은, 이런 대규모 구조 전환이 이뤄질 때 기존에 발행됐던 전환증권·옵션의 조건이 새로운 법인 구조에 맞춰 재평가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재평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손익은 회사의 실제 영업 성과와는 무관합니다.
제가 컨설팅 현장에서 목격한 유사 사례로는, 국내 중견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임직원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을 재산정해야 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재산정 과정에서 발생한 평가차익·차손이 그 해 손익계산서에 일시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을 실무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런 재평가 효과는 구조 전환이 발생한 회계연도에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다음 해에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OpenAI 비영리 재단에서 영리법인 PBC로 전환되는 구조 다이어그램]
3-1. 재구조화 이전과 이후, 지배구조는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전환이 재무제표에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닙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환 이전에는 이익상한형 LLC 구조 아래, 초기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수익에 최대 100배라는 상한선이 존재했습니다.
이 상한선이 재구조화 과정에서 폐지되면서, 투자자들은 이론적으로 무제한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 변화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상한선 폐지가 기존 전환증권의 계약 조건 자체를 재산정하게 만들었고, 그 재산정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손익이 이번 OpenAI 적자 385억 달러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이 상한 폐지 효과는 재구조화가 완료된 2025년 4분기에 집중적으로 반영됐으며, 향후 연도에는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OpenAI 적자는 209억 달러, 진짜 사업의 성적표
많은 분석글은 OpenAI 적자의 순손실 385억 달러만 언급하고 끝나지만, 실제 사업 운영의 성적표를 보려면 영업손익을 따로 봐야 합니다. OpenAI 적자의 배경이 된 2025년 매출은 130.7억 달러였고, 총비용은 약 340억 달러였습니다.
이 비용 구조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흥미로운 그림이 나옵니다. 연구개발비가 191.8억 달러로 전년(78.1억 달러) 대비 2.5배 가까이 늘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이용료였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지급된 금액은 총 172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4개 계정 항목(연구개발비 105.9억 달러, 매출원가 60.5억 달러, 판매관리비 5.27억 달러, 일반관리비 0.42억 달러)으로 나뉘어 잡혔습니다. 놓치기 쉬운 지점은, 이 172억 달러라는 금액 자체가 OpenAI의 연간 매출(130.7억 달러)보다 크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OpenAI가 자체 매출로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계산은 마이크로소프트향 지급액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OpenAI가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와 체결한 별도 컴퓨팅 계약분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표: 2025년 OpenAI 비용구조]
📎 참고 자료: Ars Technica의 OpenAI-Microsoft 지급 구조 분석 보기
4-1. 매출원가와 연구개발비, 경계가 모호한 이유
일반적으로 매출원가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직접 드는 비용”, 연구개발비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구분됩니다. 그러나 AI 기업의 경우 이 구분이 상당히 모호합니다.이 모호함이 바로 OpenAI 적자 논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ChatGPT 서비스에 사용되는 컴퓨팅 자원과, 다음 세대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쓰이는 컴퓨팅 자원이 같은 GPU 클러스터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배분 기준을 회사가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매출원가가 낮아 보이고 연구개발비가 높아 보이는 식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2.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 숫자로 다시 보기
172억 달러라는 지급액을 다른 각도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금액을 OpenAI의 2025년 매출(130.7억 달러)로 나누면, 매출의 약 132%에 해당하는 금액을 단일 클라우드 파트너에게 지급한 셈입니다.
일반적인 제조업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구조입니다. 제가 무선통신 기업에서 구매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단일 벤더에 대한 지출이 매출의 30%를 넘으면 이미 “구매 리스크 경보” 대상으로 분류해 대체 공급망을 검토했습니다.
OpenAI의 경우 매출을 넘어서는 지급 구조라는 점에서, 구매·조달 관점의 벤더 집중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이는 OpenAI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지분관계로 얽혀 있어, 단순한 외부 벤더 리스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벤더 집중 리스크 역시 OpenAI 적자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변수입니다.
5. 조정손실 80억 달러가 말해주는 것
일반적인 통념은 “적자가 크면 회사가 위험하다”는 단순한 논리로 흐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종류의 적자인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비현금 항목(전환증권 공정가치 변동, 스톡옵션 보상비용 등)을 모두 제외하고 재계산한 조정손실은 약 80억 달러였습니다. 이는 순손실 385억 달러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OpenAI 적자의 체감 규모는 헤드라인보다 훨씬 작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확인할 부분은 스톡옵션 보상비용의 성격입니다. 이 비용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지급을 약속한 주식의 가치를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항목이지만, 실제로 현금이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무역법인을 직접 운영하던 시절에는 스톡옵션 같은 복잡한 보상 체계를 쓸 일이 없었지만, 대기업 재무팀 근무 당시 임직원 스톡옵션 평가손익이 매 분기 손익에 반영되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실적발표 담당자들은 이 항목을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상 비용”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별도로 설명해야 했습니다.
다만 조정손실 지표 역시 만능은 아니며, 스톡옵션 비용을 아무리 비현금이라 부르더라도 결국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라는 실질적 경제적 효과는 남는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또한 이 80억 달러라는 조정손실 수치는 OpenAI가 공식적으로 확정 발표한 숫자가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스가 익명의 소식통 발언(“closer to $8 billion”)을 근거로 자체 추정한 값입니다. 따라서 이 숫자는 참고용 추정치로 다뤄야 하며, 향후 공식 S-1 공개 시 실제 조정손실 금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OpenAI 조정손실과 순손실의 균형을 나타내는 저울 인포그래픽]
5-1. 조정손실 지표를 발표하는 기업들의 공통 패턴
조정손실(Adjusted Loss) 지표는 OpenAI만의 독특한 발명품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우버, 쿠팡 같은 회사들도 상장 전후 시기에 “조정 EBITDA” 또는 “조정손실” 지표를 별도로 제시하며 투자자들에게 실질적 현금흐름을 강조해왔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지표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OpenAI 적자를 조정손실로 설명하는 방식이 특별한 것은 아니며, 그러나 실제로는 이 지표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Non-GAAP 공시 규정(Regulation G)에 따라 반드시 GAAP 기준 숫자와 나란히 공시되어야 하며, 임의로 왜곡할 수 없다는 규제적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 규정은 상장기업 또는 상장 준비 중인 기업의 공식 공시 자료에만 적용되며, 비상장 상태에서 언론에 유출된 자료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6. 왜 이런 회계 구조가 만들어지는가 — 인센티브의 경제학
일반적으로는 “회사가 나쁜 소식을 숨기려 조정손실을 강조한다”는 식의 냉소적 해석이 흔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OpenAI 적자를 조정손실 지표로 강조하는 데에도 나름의 합리성이 있습니다.
IPO를 준비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을 매길 때 실제 현금창출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회성 회계 항목을 제외한 숫자를 별도로 제시하는 것은, 투자자와의 소통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언론이 385억 달러라는 큰 숫자를 헤드라인으로 쓰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가장 큰 숫자가 유리하고, GAAP 기준 순손실이 공식적으로 가장 “확정된”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기업 실적발표 실무를 담당했을 때도 비슷한 긴장관계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재무팀은 조정지표로 실적을 설명하고 싶어했지만, 홍보팀과 언론은 항상 GAAP 기준의 극적인 숫자에 더 주목했습니다.
다만 이 인센티브 구조가 항상 “회사가 옳고 언론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며, 실제로 조정지표가 남용되어 투자자를 오도한 사례(예: 2001년 엔론 사태)도 역사적으로 존재했다는 점을 균형 있게 봐야 합니다.
[재무팀과 홍보팀이 OpenAI 손실 지표를 두고 논의하는 회의 장면]
7. Anthropic·SpaceX와 비교하면 보이는 차이
일반적으로 AI 기업은 다 적자, 특히 OpenAI 적자를 기준으로 세 회사를 뭉뚱그려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세 회사의 손실 구성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OpenAI 적자만 놓고 세 회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SpaceX는 2025년 187억 달러 매출에 49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손실은 스타링크 사업(44억 달러 영업이익)과 새로 합병된 AI 사업 부문(63.6억 달러 손실)이 섞여 발생한 결과입니다. 즉 우주발사·위성 사업 자체는 흑자이고, AI 신사업만 적자라는 구조입니다.
Anthropic은 아직 완전한 감사재무제표나 정식 S-1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가 어렵습니다. 일부 매체는 Anthropic의 매출원가 대부분이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에서 발생한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비율까지 독립적으로 검증된 공식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정확한 숫자 대신 “컴퓨팅 비용이 매출원가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라는 방향성만 인용하며, 정확한 비율은 향후 정식 S-1 공개 시점에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세 회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 하나가 뚜렷합니다.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AI 관련 사업의 손실 대부분이 결국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이라는 하나의 원인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다만 SpaceX의 사례처럼 본업(우주발사)이 별도로 존재하는 기업은 AI 손실을 다른 사업의 현금흐름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OpenAI·Anthropic 같은 순수 AI 기업과는 리스크 완충력에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표: 3사 손실 구조 비교]
[OpenAI, Anthropic, SpaceX 손실 구조를 비교하는 인포그래픽]
7-1. 세 회사의 컴퓨팅 의존도를 숫자로 정렬하면
세 회사를 나란히 놓고 컴퓨팅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순위가 나옵니다. OpenAI 적자 구조의 핵심인 마이크로소프트 지급액만으로도 매출의 132%에 달하며, SpaceX는 AI 사업부문에서만 유사한 구조가 나타납니다. Anthropic의 경우 정확한 비율은 아직 공식 확인이 어렵지만, 여러 매체가 컴퓨팅 비용이 매출원가의 주된 구성요소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 회사를 “AI 기업”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비교하지만, 실제로는 컴퓨팅 의존도의 절대적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리스크를 평가하면 오류가 생깁니다. SpaceX는 본업(발사·위성)의 흑자가 AI 부문의 손실을 흡수할 완충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 AI 기업인 OpenAI·Anthropic과는 리스크 등급 자체가 다르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SpaceX의 완충력도 발사 사업 자체의 수요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발사 시장이 위축될 경우 이 완충 논리는 약화될 수 있습니다.
8. 한국 투자자·스타트업에 주는 시사점
일반적으로 한국 독자들은 “이건 미국 실리콘밸리 얘기”라고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OpenAI 적자와 유사한 회계 구조가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의 감사보고서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시리즈 투자를 받을 때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계약상 상환의무 존재 여부에 따라 자본 또는 부채로 분류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한국회계기준원이 발표한 신속 질의회신 요약에서도 “회사가 발행시점부터 상환시점까지 계약상 명시된 지급의무가 있으므로 최초 인식시점부터 금융부채로 인식한다”는 원칙(K-IFRS 제1032호 문단 11항 관련)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세심판원 결정(조심 2021광2339, 2021.8.11)에서는 “쟁점주식은 회계상 부채에 불과한 상환전환우선주”라는 청구인의 주장이 다뤄진 바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심판원은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 결정 자체가 상환전환우선주를 둘러싼 “부채인가 자본인가”라는 논쟁이 국내 조세·회계 실무에서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별도 사건인 조심 2019서3882(2020.4.16)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 시 초과지급금액을 이자비용이 아닌 배당으로 판단한 사례도 확인됩니다.
개인 투자자가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의 지분 투자나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때도 이 구조를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감사보고서상 “당기순손실”이 크게 표시되어 있더라도, 주석사항에서 금융부채 공정가치 평가손실 항목을 따로 확인하면 실제 사업의 건전성을 훨씬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법은 감사보고서 주석이 상세히 공시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며, 간이감사만 받은 소규모 법인은 이런 세부 항목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 참고 자료: 조세심판원 조심2021광2339 결정 전문 보기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가 RCPS 투자계약서를 검토하는 모습]
9. 맺음말
이번 편에서는 OpenAI 적자가 왜 하나의 숫자로 요약될 수 없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시선을 Anthropic으로 옮겨, 이 회사가 공개한 매출과 언론이 추정한 연매출 사이의 간극이 어디서 오는지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 시리즈와 함께 읽으면 좋은 글로, 최근 연재 중인 “2026 세제개편 X레이” 시리즈에서도 기업의 회계처리가 세제혜택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는 시각을 세금 구조까지 확장하고 싶은 독자라면 함께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2026년 세제개편 X레이” 기업의 세제혜택 관련 글을 알고 싶다면
이전 X레이 시리즈 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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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인사이트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환율이 급변할 때마다 외화평가손익이 장부에 크게 잡히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실제로 물건이 오가지 않았는데도 환율 하나로 그 달의 손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뒤집히는 걸 보면서, 숫자만 보고 회사의 건강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OpenAI의 손실 논쟁을 볼 때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 손실은, 정말 사업이 아파서 생긴 손실인가.
✍️ AspiringCEO | 대기업 실무경험 + 공공기관 전략·경영 컨설턴트, 총 38년
FAQ – 자주 묻는 질문
Q1. OpenAI 적자 규모를 보면 정말 파산 위험이 있나요?
A1. OpenAI 적자의 핵심인 385억 달러 순손실 중 상당 부분이 비현금 회계 항목이므로, 이 숫자만으로 파산 위험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조정손실 80억 달러 기준으로도 매출 대비 지출이 여전히 큰 구조이므로, 향후 현금 조달 능력이 중요한 변수입니다.
Q2. 조정손실과 순손실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해야 하나요?
A2.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회계기준(GAAP)상 공식 지표를 보려면 순손실을, 실제 현금흐름 건전성을 보려면 조정손실을 참고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Q3. 비현금 손실은 앞으로도 반복되나요?
A3. OpenAI 적자를 구성하는 전환증권·워런트 관련 공정가치 평가손익은 회사 밸류에이션이 계속 변동하는 한 매년 재평가되어 반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재구조화 관련 일회성 항목은 2025년에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Q4. Anthropic도 같은 방식으로 손실이 부풀려져 있나요?
A4. 아직 Anthropic의 완전한 감사재무제표가 공개되지 않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음 편에서 이 부분을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Q5. 일반 투자자가 이런 재무제표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A5. 순손실 숫자 하나만 보지 말고, 영업손실과 비현금 조정 항목이 구분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