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개편, 대토론회에서 무엇이 충돌했나 – 재산세·종부세를 다시 흔드는 진짜 쟁점들 | 세금 X레이-9편

💡 강남 내 집 마련 실전 경험 + 대기업 재무·현지법인 CFO 경력
보유세 개편은 저에게도 먼 이론이 아닙니다.
빈손으로 상경해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세금이 실제 살림에 어떤 무게로 작동하는지 직접 겪었고,
대기업 재무·기획 업무와 해외 현지법인 CFO 경험을 통해
정책이 숫자로 구현되는 방식도 오랫동안 관찰해왔습니다.
그 관점에서 이번 보유세 개편 논쟁을 구조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부제 또는 한 줄 요약
2026년 7월, 정부가 연 부동산 세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실제 발언들을 통해 보유세 개편의 진짜 쟁점을 짚어봅니다.

지난 8편에서는 시선을 국경 너머로 옮겨 글로벌 최저한세가 한국 기업의 세금 지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9편에서는 다시 국내로,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영역으로 돌아옵니다. 바로 내 집, 내 부동산에 매겨지는 보유세 개편 이야기입니다.

시리즈 2편에서 이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기본 구조를 다뤘습니다. 재산세는 모든 부동산에 넓게 적용되고,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넘는 고가·다주택자에게 추가로 부과된다는 큰 틀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연 릴레이 토론회에서, 이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습니다.

정부는 2026년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국토교통부(공급), 금융위원회(금융), 재정경제부(세제)가 각각 주제별로 토론회를 열었고, 이 결과를 종합해 7월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세제 개편안은 늦어도 7월 말이나 8월 초에는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고,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이 시점에 맞춰 종합적인 부동산 세제개편안(보유세 개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이번 9편에서 다루는 논쟁은 먼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바로 이달 발표될 세법 개정안의 밑그림이 되는 실제 토론입니다.

이 논쟁이 흥미로운 이유는, 전문가들마다 “형평성”이라는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 형평성은 “20년 전 5억 원에 산 집이 재건축을 거쳐 50억 원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폭탄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형평성은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불로소득에 정당한 세금을 매기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실제 토론회에서 오간 발언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기존 틀을 벗어난 신선한 대안들도 함께 제시해보겠습니다.

대기업 재무팀에 몸담던 시절, 매년 연말이면 세무조정과 결산 서류 사이에서 밤을 새우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배운 건 세금이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법인세든 부가가치세든, 과세표준을 어떻게 잡느냐가 실제 부담을 좌우했고, 이 감각은 지금 보유세 논쟁을 볼 때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종부세를 주택 수로 매길지 가액으로 매길지를 두고 벌어지는 이번 논쟁도, 결국 같은 원리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 왜 다시 보유세 개편 토론이 뜨거워졌는가

✦ 핵심 요약2편에서 다룬 보유세의 기본 구조는 그대로지만,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서 ‘똘똘한 한 채’ 현상과 실거주 1주택자 부담 논란이 동시에 커졌습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흘간의 릴레이 토론회와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를 열었습니다.

1-1. 2편 이후 달라진 정책 환경

2편에서 재산세와 종부세의 기본 틀을 설명할 때는, “넓게 걷는 재산세”와 “고가·다주택에 얹는 종부세”라는 구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불장’이라 불릴 정도로 오르고, 서울 월셋값 상승률도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금이 실제 소득이나 현금흐름과 무관하게 매겨진다는 불만이 다시 커졌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후 ‘실거주 중심 과세’를 부동산 세제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고, 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를 개별 세목이 아니라 주택 보유 전 기간에 걸친 ‘총 세부담’이라는 틀로 재설계하겠다는 방향을 밝혔습니다. 이 총량적 접근이 이번 토론회의 밑바탕이 된 정책 철학입니다.

1-2. 사흘간의 릴레이 토론회와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

실제 일정을 보면, 2026년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공급), 금융위원회(금융), 재정경제부(세제)가 각각 주제별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특히 7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이 사흘간의 토론 결과를 종합해, 7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90분간 이어진 ‘마라톤 토론’을 통해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 선임기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들과 직접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정부는 이 논의를 반영해 7월 말이나 8월 초에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2. 토론회에서 실제로 나온 세 가지 핵심 쟁점

✦ 핵심 요약실제 토론회에서는 종부세를 주택 수 대신 가액 기준으로 바꾸는 문제,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어디로 잡을지, 그리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를 낮출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2-1. 종부세,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가장 먼저 확인된 방향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합산가액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합산가액으로 변경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7월 16일 토론회에서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에 더 맞고 초고가 1주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는 지방의 저가 주택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이 서울의 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오히려 더 무거운 세금을 낼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가액 기준으로 바뀌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 즉 여러 채를 팔고 가장 비싼 한 채만 남기는 왜곡된 선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종부세 '주택 수 기준' vs '가액 기준' 비교 인포그래픽[종부세 ‘주택 수 기준’ vs ‘가액 기준’ 비교]

2-2. 초고가 주택, 어디까지가 ‘초고가’인가

두 번째 쟁점은 ‘초고가 주택’을 어떻게 규정할지입니다.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 선임기자는 공시가격 30억 원 이상을 초고가주택의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전국 주택의 약 0.3%, 5만 가구 수준입니다. 안 기자는 “대상을 좁혀야 조세저항 없이 실효성 있는 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기준에 대해 “가격 수준이나 세율은 지역별 주택가격 차이와 조세저항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즉 30억 원이라는 숫자는 하나의 제안일 뿐, 실제 세제개편안에 그대로 담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3. 보유는 늘리고 거래는 줄이는 세제(보유세 개편), 가능한가

세 번째 쟁점은 보유세와 거래세, 양도세 사이의 역할 재배분입니다. 안장원 기자는 취득세 등 거래세 부담은 낮추되 초과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고, 보유 단계에서 낸 세금을 양도세 계산 시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문윤상 연구위원도 비슷한 맥락에서 “양도세는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는 만큼 보유세 중심의 과세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방향은 시리즈 2편에서 다룬 재산세·종부세 구조 위에, 취득세와 양도세까지 아우르는 ‘총량적 세부담’ 개념을 얹는 것입니다. 다만 취득세를 낮추면 지방 재정에 영향이 있고, 보유세를 올리면 매물 잠김 우려가 있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3. 전문가들이 실제로 제시한 개편안

✦ 핵심 요약7월 23일 대토론회에서 남기업, 안장원, 김인만 세 전문가는 각각 보편적 보유세 강화, 용도별 차등과세, 조세저항을 고려한 퇴로 마련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감면과 가중 요소를 결합한 단계적 차등과세로 절충안을 시사했습니다.

3-1. 남기업 소장의 ‘보편적 보유세 강화론’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시장의 유인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세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에는 혜택을 주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에는 불이익을 주는 제도”이며, “부동산 투기가 노리는 불로소득이 발생하기 어렵도록 세제를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현재 1세대 1주택자에게 연령과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적용되는 종부세 세액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거주 요건에만 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여전히 ‘똘똘한 한 채’ 쏠림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다만 그는 고가주택을 보유했지만 소득이 부족한 고령자에게는 세금 납부를 주택 처분 시점까지 미루는 과세이연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보완책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3-2. 안장원 기자의 ‘용도별 차등과세론’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 선임기자는 주택 수나 가액만으로 과세 대상을 나누는 대신, 주택이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거주용인지 임대용인지, 별장으로 쓰는지 비워두는지에 따라 과세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제안에 대해 “직장이나 자녀 교육, 입원 등의 사정으로 잠시 살지 못하더라도 본래 용도가 거주용이라면 실제 거주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답하며, 실거주 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주택의 ‘용도’를 기준으로 세제를 설계하는 방향에 공감했습니다.

3-3. 김인만 대표의 ‘퇴로가 있는 보유세 강화론’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보유세 개편(강화) 과정에서 오래 거주한 고령자의 납세 여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최근 50억 원 주택을 구입한 사람과 20년 전 5억 원에 산 집이 재건축을 거쳐 50억 원이 된 사람은 세금 납부 능력이 다를 수 있다”며, “오랫동안 살아온 주택에서 보유세 때문에 밀려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안으로 보유세 과세이연과 함께, 수도권 주택을 처분한 뒤 지방 미분양주택을 구입하거나 매각대금을 연금·금융계좌에 장기간 예치하거나 임대료를 장기간 올리지 않는 경우 양도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제안에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 세금을 상당 부분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3-4.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절충 방향

세 전문가의 서로 다른 제안을 들은 후, 이재명 대통령은 일률적인 보유세 인상보다는 감면 요소와 가중 요소를 결합한 ‘단계적 차등과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적정한 보유 부담을 정하고 거주용이면 감면하며, 서민·중산층이나 지방 주택은 추가로 배려할 수 있다”면서 “반대로 주택이 매우 비싸거나 다주택이고, 명백하게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가중 요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인 차등을 둘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를 통상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부담을 크게 높여야 하지만 한꺼번에 추진하면 엄청난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유 부담을 강화하더라도 일정 기간 빠져나갈 수 있는 ‘퇴로’, 즉 한시적 출구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정부가 급격한 세율 인상보다는 감면·가중 요소의 조합과 시간을 두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단계적 차등과세' 구조를 보여주는 매트릭스 도표[이재명 대통령이 제시: 거주 및 가격별 ‘단계적 차등과세’ 구조]

4. 기존에 논의된 보완 장치들

✦ 핵심 요약토론회에서는 과세이연 제도 확대, 실거주 중심 공제 재설계, 지방 이전 연계 감면 등 보유세 개편(강화)의 충격을 완화할 세 가지 보완 장치가 함께 논의됐습니다.

4-1. 과세이연 제도의 확대

과세이연은 고가주택을 보유했지만 소득이 부족한 고령자가, 세금을 당장 내지 않고 주택을 처분하거나 상속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납부를 미루는 제도입니다. 남기업 소장이 이 제도의 확대를 제안했고, 정부도 보유세 개편(강화)의 부작용을 줄이는 핵심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제도가 힘을 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은퇴 후 소득이 줄었지만 오래 살던 집값만 오른 사람에게, 현금 흐름 없이 매년 세금을 걷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자 부과 여부, 상속세와의 정산 방식 등 세부 설계는 여전히 남은 과제입니다.

4-2. 실거주 중심 공제 재설계

7월 16일 토론회에서는 종부세와 양도세의 공제 방식을 보유 기간이 아닌 실제 거주 기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유는 투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종부세액 공제 기준을 실거주로 대체해야 한다”며, “5년 이상 거주 시 10% 공제하고, 이후 5년마다 공제율을 10%포인트씩 더해 20년 이상 살면 최대 40%를 공제하는 식”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에 대해서도 보유 기간 공제 혜택을 폐지하고 실거주 중심의 ‘장기거주특별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국회에는 이미 비주택 자산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고, 1세대 1주택자의 공제를 거주기간 기준으로 전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4-3. 지방 이전 연계 감면

김인만 대표의 제안과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을 통해,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우 양도세를 감면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차원을 넘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주택 시장에 활력을 주려는 지역균형 정책과 맞물려 있는 구상입니다.

다만 이 방안이 실제 제도화되려면, 지방 어디로 이전해야 감면 대상이 되는지, 감면 기간과 조건을 어떻게 정할지 등 세부 설계가 필요합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반드시 지방에서 주택을 새로 사는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 만큼, 조건은 아직 유동적입니다.

5. 신선한 대안 – 아직 논의되지 않은 세 가지 창의적 아이디어

✦ 핵심 요약실제 토론회에서 다뤄지지 않은 세 가지 창의적 대안을 제안합니다. 이동평균 과세표준, 보유세 마일리지 계좌, 초고가 보유세의 목적세화가 그것입니다. 이 아이디어들은 기존 논의의 틈을 메우는 구조적 발상입니다.

5-1. 이동평균 과세표준 – 가격 급등의 충격을 완충하는 장치

지금까지 논의된 대안들은 대부분 “누구에게 감면하고 누구에게 가중할까”라는 대상 구분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주택 가격이 어느 해에 급등하면 그해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한꺼번에 뛴다는 점입니다. 김인만 대표가 지적한 “20년 전 5억 원에 산 집이 재건축을 거쳐 50억 원이 된” 사례도 결국 이 급등의 충격을 그대로 받는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단년도 공시가격이 아니라 최근 3~5년간의 공시가격 이동평균을 과세표준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하면 특정 연도에 재건축이나 개발 호재로 가격이 급등해도, 세금은 여러 해에 걸쳐 완만하게 늘어나게 됩니다. 반대로 가격이 급락하는 시기에도 세금이 급격히 줄지 않아, 지자체 재정의 예측 가능성도 함께 높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이미 일부 해외 지방정부가 재산세 평가에서 활용하는 ‘평활화(smoothing)’ 기법과 유사한 개념으로, 한국의 공시가격 제도에도 기술적으로 접목이 가능합니다.

이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해외 여러 지방정부가 재산세 평가에서 활용하는 ‘평활화(smoothing)’ 기법과 원리가 같습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급격한 자산가치 상승 시 과세표준 증가율에 상한선을 두거나, 다년간 평균값을 적용해 납세자의 충격을 완화합니다. 한국의 공시가격 제도에도 이런 기술적 장치를 접목하면, 재건축·재개발로 단기간에 가치가 급등한 주택 보유자가 겪는 세금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동평균 방식은 가격이 급락하는 시기에도 세금이 더디게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어, 하락기 대응 방안을 함께 설계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5-2. 보유세 마일리지 계좌 – 낸 세금을 미래 세금과 상계하는 구조

두 번째 아이디어는 조금 더 구조적입니다. 매년 납부한 보유세 중 일부를 개인별 ‘보유세 마일리지 계좌’에 누적하고, 이후 해당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에서, 또는 상속이 발생할 때 상속세에서 그 적립분을 상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이유는, 안장원 기자가 제안한 “보유 단계에서 낸 세금을 양도세 계산 시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방안”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필요경비로 처리하는 것을 넘어, 보유세 자체를 하나의 ‘적립형 세금’으로 재구성하면, 납세자는 “매년 내는 보유세가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나중에 돌려받을 수도 있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조세저항을 줄이는 심리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고, 동시에 정부는 세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징수와 정산의 시점만 조정하는 것이므로 재정 건전성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계좌 관리를 위한 행정 인프라 구축과, 상계 한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뒤따라야 합니다.

5-3. 초고가 보유세의 목적세화 – 청년·무주택자 주거기금 직접 연동

세 번째 아이디어는 안장원 기자가 제안한 공시가 30억 원 이상 초고가주택 과세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입니다. 초고가주택에서 추가로 걷는 보유세 강화분을 일반 재정에 편입하는 대신, 해당 세수를 청년·무주택자 주거 지원 기금에 직접 연동하는 ‘목적세화’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하면 초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이 강화되는 이유가 단순히 “돈이 많으니 더 내라”는 논리를 넘어, “자산 격차가 만든 세수를 주거 격차를 줄이는 데 직접 쓴다”는 명확한 목적과 연결됩니다. 남기업 소장이 강조한 “불로소득이 발생하기 어렵도록 세제를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철학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낸 세금의 용도가 투명하게 보이면, 조세저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특정 세목을 목적세로 고정하면 재정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어, 전체 세수의 일부만 연동하는 절충적 설계가 현실적일 것입니다.

6. 남은 쟁점과 정치적 셈법

✦ 핵심 요약정부는 보유세 개편(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조세저항과 매물잠김을 우려해 속도 조절과 한시적 퇴로를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시행령 변수도 여전히 중요한 실무적 쟁점입니다.

6-1. 조세저항과 매물잠김이라는 딜레마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7월 16일 토론회에서 “단기적으로 보유세가 급격히 강화되면 매물 잠김, 거래량 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세제 개편에서 보유세 개편은 제한적인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도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감면을 대폭 늘려주되 비거주 1주택자는 줄여야 한다”며, “2, 3년의 유예 기간을 둔다면 매물이 늘어나 시장 안정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토론회에서 이런 우려에 공감하며, “정부 방침을 믿고 먼저 처분한 사람이 손해를 봤다고 느끼지 않도록 기존 혜택보다는 제한된 수준의 한시적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보유세 개편(강화)의 방향성 자체에는 이견이 크지 않지만, 그 속도와 완충장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실제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입니다.

6-2.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숨은 변수

한편 실무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입니다. 이는 주택의 시가표준액에 곱해 실제 과세표준을 정하는 비율로,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비율은 60% 수준이며, 정부가 명목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이 비율을 상향하는 것만으로 다주택자의 실질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늘리는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비율의 존재를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도 논쟁거리입니다. 세금 부담이 갑자기 늘거나 줄어드는 원인이 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 조정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은, 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과 2023년 사이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대로 낮췄을 때, 명목 세율은 그대로였음에도 다주택자의 실질 종부세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든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는 국회 입법 절차 없이도 정부가 시행령 하나로 시장에 즉각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세제의 ‘숨은 손잡이’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도 이 비율 조정이 명목 세율 변경보다 먼저, 혹은 함께 다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7. 마무리 – 10편, 시리즈의 마지막 질문으로

이번 9편에서는 2편에서 다뤘던 보유세 구조가 2026년 7월 실제 열린 릴레이 토론회와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를 통해 어떻게 다시 흔들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실제 전문가 발언과 신선한 개편 대안들을 살펴봤습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7월 말이나 8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므로, 이 글에서 다룬 방향들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확정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음 마지막 10편에서는 지금까지 세금 X레이 시리즈 전체를 돌아보며, 소득세부터 법인세, 상속세, 국제조세, 그리고 이번 보유세 논쟁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즉 “세금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하기 위한 도구인가”를 정리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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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회사를 직접 운영하던 시절, 매출이 좋을 때는 세금이 반갑지 않았고 매출이 줄었을 때는 세금 고지서가 유독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세금 부담은 현금 흐름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보유세 논의에서 나온 과세이연 제도나 고령자 배려 방안도, 결국 “소득 없이 자산만 있는 사람”의 현금 흐름을 어떻게 지켜줄지의 문제입니다.
사업을 직접 운영하며 겪었던 그 현금 흐름의 무게가, 이번 토론회 내용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습니다.

📌 현장 인사이트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세금은 숫자가 아니라
매년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무게였습니다.
대기업과 현지법인 CFO로서 정책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지켜본 경험을 더하면,
이번 보유세 개편도 결국 ‘속도와 형평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 시리즈가 그 균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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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 자주 묻는 질문

Q1. 세제개편안은 언제 발표되나요?

A1. 청와대와 재정경제부는 2026년 7월 말 또는 8월 초에 부동산 세제를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Q2. 종부세가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확정된 건가요?

A2. 방향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 가액이나 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도 지역별 가격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Q3. 초고가주택 기준 30억 원은 확정된 숫자인가요?

A3. 아닙니다.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가 토론회에서 제안한 기준이며, 최종 세제개편안에는 다른 기준이 담길 수 있습니다.

Q4. 지방으로 이사하면 정말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나요?

A4. 이재명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방향이지만, 구체적인 조건과 감면 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Q5. 이번 개편으로 세금이 오르기만 하나요?

A5. 아닙니다. 서민·중산층·지방 주택이나 실거주 1주택자는 감면하고, 초고가·다주택·투기 목적 주택에는 가중하는 차등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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