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는 한 몸이라서 오를 때는 같이 오르고 꺼질 때는 같이 꺼진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과거 사이클에서는 실제로 그랬습니다. 필자는 이번 메모리 업황이 그 통설을 시험하는 사이클이라고 봅니다.
2편에서는 가격, 물량, 재고, 납기, 투자라는 다섯 숫자를 순서대로 읽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3편은 그 숫자를 제품별로 쪼개 봅니다. 같은 메모리 업황이라고 부르지만 HBM과 NAND는 수요의 동력도, 공급의 제약도, 계약의 구조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논쟁형으로 씁니다. 먼저 통설을 제시하고, 이어 두 가지 반론을 데이터로 세우고, 대비표로 정리한 뒤 필자의 판단을 밝힙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조에서는 갈라짐이 확인되지만 가격에서는 신호가 엇갈리고, NAND가 곧 풀린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앞선 글과 같은 약속을 지킵니다. 발표된 사실과 필자의 해석은 문장마다 구분하고, 직접 재계산한 숫자에는 ‘필자 계산’을 붙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1-1. 통설이 오래 통한 이유
1-2. 이번 사이클에서도 같은 말이 반복되는 근거
2. 반론 ①: 같은 메모리 안에 네 개의 시장이 있다
2-1. 웨이퍼를 나누는 방식이 다르다
2-2. 수요의 동력과 계약 구조가 다르다
3. 반론 ②: 전문가 전망도 이미 엇갈린다
3-1. 트렌드포스: D램은 타이트, 낸드는 2027년 하반기 완화
3-2. 타이트 쪽 시각: 마이크론, 번스타인, 윈본드·에이데이터
3-3.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
4. 데이터로 대비하기: 가격, 장비투자, 웨이퍼 투입
4-1. 가격: 범용 MLC는 보합, 마이크론 ASP는 급등
4-2. 장비투자: 낸드는 증가율, D램은 증가액이 크다
4-3. 웨이퍼 투입 축소: 비트 공급은 늘 수 있다
5. 필자 판단: 갈라지지만 아직 ‘풀린다’고 쓰기는 이르다
5-1. 갈라짐은 구조에서 확인되고 완화는 가설이다
5-2. 시나리오와 판별 신호
5-3. 가까운 확인 일정과 제품별 기록법
6. 맺음말
FAQ – 자주 묻는 질문
1. 통설: 메모리는 한 몸이라 같이 오르고 같이 꺼진다
💡 핵심 포인트:
메모리 반도체는 오랫동안 D램과 낸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장으로 읽혔습니다. 이 통설은 과거 사이클에서는 맞았고 이번 사이클의 일부 전망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통설이 어디까지 유효한지부터 짚습니다.
1-1. 통설이 오래 통한 이유
메모리 업황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문장은 이렇습니다. 메모리는 대표적인 범용 부품이어서 수급이 풀리면 모든 제품이 같이 내려가고, 조여지면 같이 오른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큰 틀에서 맞았습니다.
이유는 구조에 있습니다. 같은 제조사가 D램과 낸드를 함께 만들고, 같은 고객인 서버, 스마트폰, PC 업체에 같은 시기에 팝니다. 투자 결정도 같은 경기 심리에 영향을 받아 두 제품의 증설 시점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통설이 편리했던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하나의 결론으로 모든 제품을 설명할 수 있고 예측도 단순해집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제품별 가격 가정을 하나로 묶어 예산을 짜는 편이 쉬웠습니다. 메모리 업황을 한 줄로 요약하려는 습관이 통설을 키운 셈입니다.
2022~2023년의 하락기가 대표적입니다. 마이크론은 2022년 10월에,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에, 삼성전자는 2023년 봄에 감산을 공식화했습니다. 세 회사가 시차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통설을 강화했습니다.

필자는 이 통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과거 사이클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금도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통설이 맞았던 이유가 구조에 있었다면, 구조가 바뀔 때 통설도 흔들린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통설이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통설은 평균적인 상황에서 가장 좋은 요약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이 평균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AI 수요가 제품마다 다르게 작용하는 사이클이라는 점이 변수입니다.
재무·회계 실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원가를 품목별로 쪼개지 않고 평균으로 계산하면 보고서는 깔끔하지만 어떤 품목이 이익을 내고 어떤 품목이 손실을 내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균이 편리한 만큼 평균이 가리는 정보도 많습니다. 메모리 업황도 평균으로 읽을 때 가장 많은 정보가 사라집니다.
1-2. 이번 사이클에서도 같은 말이 반복되는 근거
이번 사이클에서도 통설에 가까운 전망이 나옵니다. EBN은 마이크론이 실적 발표에서 2027년과 2028년 메모리·스토리지 수급이 올해보다 훨씬 더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D램과 낸드 모두 향후 2년간 공급 제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습니다. 두 제품을 한 묶음으로 본 전망입니다.
번스타인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범용 D램과 낸드의 타이트한 수급이 2027년까지 메모리 사이클을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고, 정상화는 2028년부터 시작된다는 분석입니다. 이 역시 제품 간 시차보다 공통 흐름에 무게를 둡니다.
서울경제는 균형을 맞추는 분석도 전했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과 서버용 D램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분하면서 PC·모바일용 메모리의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낸드가 아닌 범용 D램의 이야기이지만 통설이 아직 힘을 갖는 이유를 보여 줍니다.
시장의 반응도 한 몸처럼 움직였습니다. Investing.com에 따르면 마이크론 실적 발표 다음 날 도쿄 시장에서 어드반테스트가 8% 넘게, 도쿄일렉트론이 약 6% 올랐고, 낸드 전문 기업인 키옥시아도 5% 올랐습니다. 낸드 기업도 D램 기업의 실적에 함께 반응한 것입니다.
이 장면을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통설의 실용성이 보입니다. 마이크론 한 곳의 숫자로 D램과 낸드 기업의 주가가 함께 움직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그러나 쉬운 판단이 정확한 판단은 아닙니다. 필자는 메모리 업황을 읽을 때 쉬운 길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주가의 동조는 통설의 증거일 뿐 수급의 증거는 아닙니다. 투자자가 같은 이야기에 같은 방향으로 반응하는 것과 두 제품의 공급 사정이 같은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구분이 다음 장의 출발점입니다.
통설의 힘은 이 단순함에서 나옵니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제품을 나누지 않아도 대부분 맞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방향이 갈릴 때입니다. 메모리 업황이 갈라지는 구간에서는 통설을 따른 판단이 가장 큰 오차를 냅니다.
2. 반론 ①: 같은 메모리 안에 네 개의 시장이 있다
💡 핵심 포인트:
HBM, 서버 D램, 범용 D램, NAND는 같은 메모리 업황 안에 있지만 수요의 동력과 공급의 제약이 서로 다릅니다. HBM은 D램 웨이퍼를 소비하고 NAND는 별도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구조적 차이가 통설에 균열을 냅니다.
2-1. 웨이퍼를 나누는 방식이 다르다
HBM은 D램 웨이퍼로 만듭니다. 같은 웨이퍼 면적에서 일반 D램보다 훨씬 적은 칩이 나오므로 HBM 비중이 높아질수록 범용 D램에 돌아가는 웨이퍼가 줄어듭니다. 삼성전자 김태우 부사장은 2027년 HBM이 세계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 전망을 그대로 쓰면 HBM을 제외한 D램의 몫은 70% 안팎입니다(필자 계산). 한 장의 웨이퍼를 두고 HBM과 범용 D램이 경쟁하는 구조라서, AI 수요가 범용 D램의 공급 부족으로 번지는 경로가 생깁니다. 마이크론도 HBM 비중이 커지고 제품이 복잡해질수록 범용 D램에 배분할 생산 여력이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NAND에는 이 경로가 없습니다. 낸드는 별도의 팹과 공정으로 만들어지므로 HBM 수요가 늘어도 낸드 웨이퍼가 직접 줄어들지 않습니다. 같은 AI 호황이 D램에는 공급 제약으로, 낸드에는 수요 증가로만 작용하는 셈입니다(필자 해석).
한 가지 비유를 들겠습니다. 같은 밀가루로 빵과 국수를 만드는 공장이라면 빵 주문이 늘 때 국수 생산이 줄어듭니다. 쌀로 떡을 만드는 공장은 밀가루 사정과 무관합니다. D램과 HBM은 밀가루를 나눠 쓰는 관계이고 낸드는 쌀을 쓰는 다른 공장입니다.

통설이 흔들리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급을 조이는 힘이 D램에는 구조적으로 있고 낸드에는 없습니다. 같은 수요 증가를 맞이해도 공급의 반응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다만 메모리 업황에서 이 구분은 직접 효과에 한정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같은 현금으로 D램과 낸드의 투자 순서를 정하므로 자본 배분을 통한 간접 영향은 남습니다. 공급이 완전히 따로 움직인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입니다.
정리하면 공급 쪽 반론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웨이퍼를 두고 경쟁하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은 같은 호황에서도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필자가 메모리 업황을 네 갈래로 쪼개 읽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2-2. 수요의 동력과 계약 구조가 다르다
수요의 출처도 다릅니다. HBM은 AI 가속기와 묶여 팔리고 고객 인증을 거쳐야 하므로 장기계약 중심입니다. 마이크론은 2027년 HBM 공급 물량의 대부분에 대해 고객과 계약을 마쳤고 계약 가격이 전년보다 크게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서버 D램은 두 세계의 경계에 있습니다. HBM과 같은 AI 서버 투자에서 수요가 나오지만 물리적으로는 범용 D램과 같은 웨이퍼 공급망을 씁니다. 그래서 가격은 HBM처럼 단단하면서도 공급은 범용 D램처럼 웨이퍼 배분의 영향을 받습니다(필자 해석). 메모리 업황을 네 갈래로 나누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낸드는 한 덩어리가 아니라 두 갈래입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낸드 업체들이 수익성이 약한 소비자 시장을 상쇄하려고 엔터프라이즈 SSD 생산을 우선했고, 2027년 증분 수요의 가장 큰 몫이 QLC 엔터프라이즈 SSD에서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소비자 기기는 부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서 출하 감소가 이어진다고 봤습니다.
AI 추론이 늘면 낸드 수요도 늘어납니다. NH투자증권의 류영호 애널리스트는 추론과 AI 에이전트가 퍼지면서 메모리 수요가 실제로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수요가 소비자 기기의 약세를 얼마나 상쇄하는지가 낸드의 관건입니다.
필자는 전자부품 무역을 하며 같은 부품군 안에서도 품목마다 가격 흐름이 따로 움직이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규격이 비슷한 부품도 쓰이는 곳이 다르면 수요 변화에 민감한 정도가 달랐습니다. 메모리라는 이름 아래 묶인 제품도 같은 방식으로 나눠 읽어야 합니다.
필자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HBM의 호황을 NAND의 호황으로 번역하는 습관입니다. HBM이 부족하다는 뉴스가 나오면 낸드도 부족할 것이라는 연상이 따라붙습니다. 연상은 빠르지만 근거는 구조에서 나와야 하고, 메모리 업황을 읽는 순서는 구조가 먼저이고 숫자가 그다음입니다.
아래 표는 네 제품군의 차이를 한 장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표의 내용은 앞서 확인한 보도와 필자의 구조적 해석을 합친 것이며, 계약 구조 칸은 회사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 제품군 | 수요의 동력 | 공급의 제약 | 계약·가격 구조 | 먼저 볼 신호 |
|---|---|---|---|---|
| HBM | AI 가속기와 연동 | 고객 인증, 적층·패키징 난도 | 장기계약 중심, 2027년 물량 대부분 계약 | 계약 물량과 가격 협상 |
| 서버 D램 | AI 서버·클라우드 투자 | HBM에 웨이퍼를 내줌 | 분기 협상과 장기계약 혼재 | 서버 계약가 |
| 범용 D램 | PC·모바일·일반 서버 | HBM 비중 확대로 공급 감소 | 월간·분기 계약 | DDR4 등 계약가·현물가 |
| NAND | 엔터프라이즈 SSD(AI 서버)와 소비자 기기로 이원화 | 별도 팹, 증설과 공정 전환 | 월간·분기 계약 | 엔터프라이즈 SSD 가격, 소비자용 낸드 계약가 |
표에서 눈여겨볼 곳은 공급의 제약 칸과 낸드의 수요 칸입니다. D램 계열은 HBM이라는 경쟁자가 웨이퍼를 가져가는 반면 NAND는 그런 제약이 없고, 수요는 AI 서버와 소비자 기기로 갈립니다. 같은 메모리 업황 안에서 힘의 방향이 한쪽에만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반론의 핵심입니다.
통설은 메모리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만 구조는 네 개의 시장입니다. HBM과 D램은 웨이퍼를 두고 경쟁하고, NAND는 별도 팹에서 AI 서버용과 소비자용으로 나뉘어 움직입니다.
3. 반론 ②: 전문가 전망도 이미 엇갈린다
💡 핵심 포인트:
구조만이 아니라 전망도 엇갈립니다. 트렌드포스는 낸드가 2027년 하반기부터 완화된다고 보고, 마이크론·번스타인·윈본드·에이데이터는 2027년까지 타이트하다고 봅니다. 엇갈림 자체가 이 업황의 불확실성을 보여 줍니다.
3-1. 트렌드포스: D램은 타이트, 낸드는 2027년 하반기 완화
트렌드포스는 7월 30일 보도자료에서 2027년에도 AI가 메모리 수요의 주된 동력이지만 D램과 낸드의 흐름이 갈린다고 밝혔습니다. D램은 HBM 생산능력 배분과 AI 서버 수요로 공급이 묶여 가격이 오르는 반면, 낸드는 2027년 하반기에 신규 생산능력이 가동되고 소비자 수요가 약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진다는 내용입니다.
수치도 제시했습니다. D램 충족률은 2026년 약 -1~-2%이고 2027년에는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낸드는 이전 전망에서 2027년 충족률이 플러스로 돌아서 공급 제약 환경에서 균형 시장으로 넘어간다고 제시했다고 합니다.
공급 측 논거는 이렇습니다. 2026년 낸드 업체들은 대규모 증설보다 공정 전환으로 비트 출력을 늘렸지만, 2027년에는 고단 낸드로의 전환 가속과 신규 팹의 단계적 가동으로 비트 공급 증가가 2026년보다 훨씬 커진다는 것입니다. 앞 장에서 본 구조 차이가 전망에 그대로 반영된 셈입니다.
그러나 트렌드포스는 단서도 달았습니다. 에이전틱 AI가 크게 확산되면 고속 SSD 수요가 늘어 증분 공급을 흡수하고 시장이 균형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완화는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조건부 전망이라는 점이 원문에서 확인됩니다.
트렌드포스 시각의 장점은 공급자가 아닌 시장 전체를 본다는 점입니다. 개별 회사의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여러 제조사의 증설을 합산해 공급 증가를 추정합니다. 이 방법은 메모리 업황에서 공급 과잉을 먼저 포착하는 데 유리합니다(필자 해석).
약점도 있습니다. 시장 전체의 모델은 개별 회사의 장기계약 같은 비공개 정보를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으로 묶인 물량이 많은 구간에서는 모델이 보는 공급과 실제로 거래되는 공급이 다를 수 있습니다(필자 해석).
3-2. 타이트 쪽 시각: 마이크론, 번스타인, 윈본드·에이데이터
마이크론은 반대편에 섭니다. 마이크론은 2027~2028년 D램 비트 출하가 연간 20%대 초반, 낸드는 20%대 중반 늘어도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업계가 신규 클린룸을 확보하더라도 언제 수급 균형이 회복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낸드 비트 출하 증가율은 D램보다 높습니다. 필자는 이 점을 낸드의 공급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트렌드포스 쪽 논거와 가까운 근거로 읽습니다(필자 해석). 같은 숫자를 두 진영이 다르게 쓰는 셈입니다.
신규 공급 일정도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 첫 공장의 웨이퍼 생산을 2027년 중반, 추가 공장은 2028년 말에 시작하고 싱가포르 신규 낸드 공장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낸드 공급이 늘어나는 시점이 2027년 하반기보다 2028년에 가까운 근거입니다.
번스타인은 범용 D램과 낸드의 타이트한 수급이 2027년까지 사이클을 높은 수준에 두고 정상화는 2028년에 시작된다고 봅니다. 대만 업체들도 같은 방향입니다. 윈본드 사장은 D램과 낸드의 공급이 계속 빠듯해 2027년 부족이 2026년보다 심할 수 있다고 말했고, 에이데이터 회장은 낸드 부족이 적어도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고 봤습니다.
에이데이터는 가격 전망도 밝혔습니다. 8월 6일 실적 발표에서 3분기 D램 가격이 20~30%, 낸드 가격이 35~40% 오를 것이라며 낸드가 D램보다 가격 상승폭이 크다고 말했다고 트렌드포스 뉴스는 전했습니다. 낸드가 D램보다 약하다는 통념과는 반대 방향의 숫자입니다.

마이크론 시각의 장점은 가시성입니다. 2027 회계연도 출하의 75% 이상이 확정되었고 2027년 HBM 물량 대부분이 계약되었다면 가까운 미래의 수급은 그만큼 확실합니다. 반면 2028년처럼 먼 구간으로 갈수록 계약의 가시성은 약해집니다.
3-3.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
엇갈림의 첫 번째 이유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시장조사기관은 업계 전체의 공급 모델에서 출발하고, 제조사와 모듈 업체는 자사 계약과 가이던스에서 출발합니다. 같은 낸드를 두고도 출발점이 다른 숫자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시점입니다. 완화의 시작을 2027년 하반기로 잡는 것과 2028년으로 잡는 것은 몇 분기의 차이지만 가격과 주가에는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사이클의 정점과 정상화를 가르는 이 몇 분기가 사실상 메모리 업황 논쟁의 전부입니다.
세 번째는 지표의 선택입니다. 비트 공급 증가율을 보면 완화가 먼저 보이고, 장기계약 비율과 업체의 가격 코멘트를 보면 타이트함이 오래 보입니다. 필자는 이 차이를 어느 쪽이 맞고 틀린지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지표를 보고 있다는 문제로 이해합니다.
엇갈림의 폭을 분기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낸드 완화가 2027년 하반기에 시작되느냐 2028년에 시작되느냐의 차이는 분기 단위로 2분기에서 5분기입니다(필자 계산). 사이클 한 번의 판단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출처의 수도 세어 보겠습니다. 낸드가 2027년 하반기부터 완화된다는 시각은 트렌드포스 한 곳이고, 2027년까지 타이트하다는 시각은 마이크론, 번스타인, 윈본드, 에이데이터로 네 곳입니다. 다만 트렌드포스도 2027년 상반기까지는 낸드 공급이 빠듯하다고 보므로 상반기까지의 타이트함은 다섯 곳이 일치합니다(필자 해석).
그래서 필자는 두 시각을 경쟁 관계가 아니라 시간대가 다른 지도로 읽습니다. 가까운 구간은 계약 기반의 제조사 전망이 정확하고, 먼 구간은 공급 모델 기반의 시장조사기관 전망이 쓸모가 큽니다. 메모리 업황의 낸드 완화 시점은 두 지도가 겹치는 구간에서 가려집니다.
다만 이 해석은 각 기관의 방법론을 직접 확인한 결과가 아니라 공개된 결론의 차이에서 추론한 것입니다. 기관별 가정이 공개되면 어느 가정이 엇갈림의 원인인지 더 정확히 짚을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엇갈림 자체를 하나의 사실로 기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래 표는 네 시각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낸드 완화 시점이 가장 크게 갈립니다.
| 주체 | D램 판단 | 낸드 판단 | 정상화·완화 시점 | 비고 |
|---|---|---|---|---|
| 트렌드포스(7월 30일 보도자료) | 2027년 공급 타이트, 갭 확대 | 2027년 하반기 신규 생산능력으로 완화 | 낸드 2027년 하반기 |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 흡수 가능 |
| 마이크론(9월 30일 실적 발표) | 2027·2028년 공급 제약 지속 | 2027·2028년 공급 제약 지속 | 균형 시점 예상 어려움 | 낸드 비트 증가율이 D램보다 높음 |
| 번스타인 | 2027년까지 높은 수준 유지 | 2027년까지 높은 수준 유지 | 2028년부터 정상화 | 범용 D램·낸드 기준 |
| 윈본드·에이데이터(8월 6일 실적 발표) | 2027년이 2026년보다 타이트 | 적어도 2027년 상반기까지 부족 | 2027년 상반기 이후 불확실 | 에이데이터 3분기 낸드 +35~40% 전망 |
표를 보면 네 시각이 모두 2027년 상반기까지는 타이트하게 본다는 점은 같습니다. 갈리는 곳은 낸드의 2027년 하반기 이후입니다. 메모리 업황의 논쟁은 그래서 올해가 아니라 내년 하반기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 참고 자료: 트렌드포스 2027년 메모리 전망 보도자료
📎 참고 자료: 조선비즈 마이크론 2028년 수급 전망 기사
4. 데이터로 대비하기: 가격, 장비투자, 웨이퍼 투입
💡 핵심 포인트:
구조와 전망의 차이를 숫자로 확인하면 가격 지표는 엇갈리고 장비투자 증가율은 낸드가 더 높으며 웨이퍼 투입은 줄었지만 비트 공급은 늘 수 있습니다. 낸드가 D램보다 약하다고 단정할 증거는 가격에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세 가지 숫자를 D램과 나란히 놓고 읽습니다.
4-1. 가격: 범용 MLC는 보합, 마이크론 ASP는 급등
이 장에서는 세 가지 숫자를 D램과 낸드로 나눠 놓고 읽습니다. 숫자마다 출처와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은 항목마다 밝히겠습니다. 비교가 불완전하더라도 방향의 차이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업황을 숫자로 읽는 연습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서울경제는 10월 3일 보도에서 9월 PC용 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26달러로 전월보다 4%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월간 상승률은 7월 14.29%, 8월 4.17%, 9월 4%로 두 달 연속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낸드는 메모리카드와 USB 등에 쓰이는 128Gb MLC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30.61달러로 0.44% 오르는 데 그쳤고, 사실상 보합권이라고 했습니다.
이 낸드 숫자에는 대표성의 한계가 있습니다. 가격의 출처가 메모리카드와 USB용 범용 제품이어서 데이터센터 SSD에 쓰이는 제품과 같지 않습니다(필자 해석). 이 제품의 월간 상승률은 4월 36.29%에서 5월 9.73%, 6월 8.72%, 7월 4.26%, 8월 1.42%로 다섯 달 내리 낮아졌습니다.
필자가 계산하면 9월 상승률은 4월의 약 1.2% 수준입니다(필자 계산). 메모리 업황 중 소비자용 범용 낸드의 가격 모멘텀이 거의 소진되었다는 뜻이고, 이는 소비자 수요가 약하다는 트렌드포스의 진단과 맞습니다. 서울경제도 현물시장에서 낸드 최종 수요처의 관망세가 강해 일부 제품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다른 숫자는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4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약 30% 올랐고 출하량은 약 10% 늘었으며 낸드 매출은 42% 증가한 141억 달러였습니다. D램은 평균판매가격이 10%대 후반 올랐고 출하량은 한 자릿수 중반 늘어 매출이 27% 증가한 398억 달러였습니다.
필자가 낸드를 분해해 보면 가격 30%와 출하 10%의 곱은 약 1.43이어서 매출 증가 약 43%와 보고된 42%가 맞습니다(필자 계산). 2편에서 배운 분해가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이 분기 낸드 매출의 대부분이 가격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낸드의 가격 모멘텀이 D램보다 약하다는 말은 이 숫자 앞에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 에이데이터는 3분기 낸드 가격이 35~40%, D램 가격이 20~30% 오를 것으로 봤습니다(8월 6일 실적 발표).
-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 가격이 15~20%, 일반 D램 계약가격이 10~15% 추가 상승한다고 전망했고, 기업용 SSD는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고 서울경제는 전했습니다.
- 마이크론의 낸드 평균판매가격은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약 30% 상승했습니다.
- 소비자용 범용 MLC 고정거래가는 9월에 0.4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낸드의 내부가 갈립니다. 소비자용 범용 제품은 보합이고 기업용 SSD를 포함한 전체 낸드는 강세입니다. 필자는 이것을 낸드 안의 갈라짐으로 읽고, 갈라짐이 D램과 낸드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낸드 안에도 있다고 정리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짚겠습니다. 가격이 덜 오른다는 것과 가격이 내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월간 상승률 0.44%는 가격이 여전히 올랐다는 뜻이고, 하락 신호는 계약가가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시점에 나옵니다.
가격 숫자를 읽을 때는 방향과 속도를 따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9월 범용 MLC는 방향이 위쪽이고 속도가 0.44%입니다. 방향만 적으면 호황이고 속도까지 적으면 정체입니다. 메모리 업황의 가격 칸은 이 두 줄을 제품 단위로 적어야 오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이 비교는 서로 다른 시점과 지표를 섞은 것입니다. 월간 고정거래가격, 회사의 분기 평균판매가격, 업체의 코멘트와 기관의 전망은 기준이 같지 않습니다. 한 숫자로 낸드의 추세를 확정하지 않고 네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입니다.
4-2. 장비투자: 낸드는 증가율, D램은 증가액이 크다
공급 쪽 신호는 SEMI의 7월 전망에서 확인됩니다. D램 장비는 2026년 388억 달러로 39.0% 늘고 2027년 27.4%, 2028년 15.0% 늘어 569억 달러가 됩니다. 낸드 장비는 2026년 139억 달러로 30.7% 늘고 2027년 31.1%, 2028년 14.5% 늘어 208억 달러가 됩니다.
증가율만 보면 2027년에는 낸드 장비가 31.1%로 D램의 27.4%보다 높습니다. 통설을 따르는 글은 이 숫자를 낸드 공급 과잉의 신호로 쓰기 쉽습니다. 그러나 증가율은 출발점이 작을수록 크게 나옵니다.
필자가 절대 금액으로 바꿔 계산해 보았습니다. 2027년 D램 장비의 증가액은 약 106억 달러이고 낸드 장비는 약 43억 달러로, D램이 낸드의 약 2.5배입니다(필자 계산). 비율은 낸드가 높지만 돈이 더 들어가는 쪽은 D램입니다.
| 구분 | 2026년 규모 | 2027년 증가율 | 2028년 증가율 | 2028년 규모 | 2027년 증가액(필자 계산) |
|---|---|---|---|---|---|
| D램 장비 | 388억 달러(+39.0%) | +27.4% | +15.0% | 569억 달러 | 약 106억 달러 |
| 낸드 장비 | 139억 달러(+30.7%) | +31.1% | +14.5% | 208억 달러 | 약 43억 달러 |
이 표를 필자는 이렇게 읽습니다. 낸드는 투자 증가율이 높아 2028년 공급 증가의 압력이 비율상 더 클 수 있고, D램은 절대 금액이 커서 신규 팹 가동이 시장에 주는 충격의 크기가 더 큽니다. 두 제품의 공급 신호가 서로 다른 방향의 위험을 가리킵니다.
2028년으로 가면 두 제품의 증가율이 거의 같아집니다. D램 장비는 15.0%, 낸드 장비는 14.5% 늘어납니다. 2027년에는 낸드가 앞서다가 2028년에는 둘이 수렴하는 모양이므로 공급 압력의 차이는 2027년에 가장 크고 2028년에 줄어듭니다(필자 해석).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낸드 장비가 2026년에도 30.7%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이미 큰 폭으로 늘어난 장비투자가 내년 공급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습니다. 2편에서 본 대로 투자는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지표라서 지금 발표된 숫자는 1~2년 뒤의 공급을 말합니다.
다만 장비투자는 신규 팹 증설뿐 아니라 기존 라인의 공정 전환에도 쓰입니다. 같은 금액이 얼마나 많은 비트 공급으로 이어지는지는 SEMI 자료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장비투자 증가율을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번역하면 과장이 됩니다.
4-3. 웨이퍼 투입 축소: 비트 공급은 늘 수 있다
올해 1월 블록스앤파일즈는 조선비즈가 인용한 옴디아 수치를 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낸드 웨이퍼 투입은 2025년 490만 장에서 올해 468만 장으로 4.5%, SK하이닉스는 190만 장에서 170만 장으로 10% 줄어드는 계획입니다. 두 회사는 세계 낸드 시장의 60%를 차지합니다.
이 숫자를 감산이라고 부르면 오해가 생깁니다. 웨이퍼 투입이 줄어도 낸드 비트 출하는 늘 수 있기 때문입니다. TLC에서 33% 더 조밀한 QLC로 전환하면 같은 웨이퍼에서 더 많은 용량이 나오고, 전환 과정의 장비 조정은 웨이퍼 출력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블록스앤파일즈는 설명했습니다.
이 조정의 이유를 두고 해석이 갈립니다. 보도의 제목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정이라고 요약했고, 같은 기사는 HBM 생산능력에 투입하는 돈이 낸드보다 더 많은 매출을 낸다는 점이 투자 우선순위에 영향을 준다고 짚었습니다. 필자는 이익 방어, 투자 우선순위의 D램 이동, 공정 전환의 부수 효과를 모두 가능한 해석으로 두고 한 가지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옴디아 수치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블록스앤파일즈는 옴디아의 낸드 웨이퍼 추정치가 11월과 1월 사이에 위쪽으로 수정된 사례를 들며 숫자가 과장되거나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글의 숫자도 올해 1월 시점의 계획치이며 이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통설을 따르는 글은 낸드의 공급 증가를 가정하지만 이 사실은 복잡한 신호를 줍니다. 웨이퍼 투입은 줄고 비트 공급은 늘 수 있으며, 그 사이의 차이를 공개된 자료로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낸드 공급의 진짜 방향은 웨이퍼 숫자가 아니라 비트 출하 숫자에서 확인되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소비자용 낸드 가격은 보합이고 전체 낸드 가격은 강세이며 투자 증가율은 높고 웨이퍼 투입은 줄었습니다. 네 사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시기에는 단정이 가장 위험합니다. 메모리 업황을 제품별로 기록하는 일이 단정을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 참고 자료: 서울경제 메모리 가격 둔화 보도
5. 필자 판단: 갈라지지만 아직 ‘풀린다’고 쓰기는 이르다
💡 핵심 포인트:
구조에서는 갈라짐이 확인되지만 가격에서는 신호가 엇갈립니다. 낸드가 풀린다는 주장은 트렌드포스 한 곳에 기댄 가설이고 2027년 상반기까지의 타이트함은 다섯 곳이 일치합니다. 필자는 완화를 시나리오로 다루고 판별 신호를 정해 두는 편을 권합니다.
5-1. 갈라짐은 구조에서 확인되고 완화는 가설이다
지금까지의 메모리 업황 증거를 정리하겠습니다. 구조 면에서는 HBM이 D램 웨이퍼를 가져가고 낸드는 그렇지 않으며, 낸드 수요는 AI 서버용과 소비자용으로 갈립니다. 전망 면에서는 트렌드포스와 마이크론, 번스타인, 윈본드, 에이데이터가 낸드 완화 시점에서 엇갈립니다.
데이터 면에서는 소비자용 범용 낸드 가격이 보합이지만 마이크론의 낸드 평균판매가격은 약 30% 올랐고, 2027년 낸드 장비 증가율은 D램보다 높으며, 웨이퍼 투입은 줄었지만 비트 공급은 늘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하나의 결론으로 묶기 어렵다는 것이 증거의 상태입니다.
필자가 사실과 가설을 나누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둘 이상의 독립된 출처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사실로, 하나의 출처에만 기댄 전망이면 가설로 분류합니다. 제품별 구조 분화는 구조와 전망, 데이터가 모두 가리키므로 사실이고, 낸드가 2027년 상반기까지 타이트하다는 것도 다섯 곳이 일치하므로 사실로 씁니다.
반면 낸드가 2027년 하반기부터 풀린다는 것은 트렌드포스 한 곳의 전망이어서 가설이고, 2028년에도 타이트하다는 것은 마이크론이 말하지만 번스타인은 정상화 시작을 2028년으로 보므로 갈립니다. 가격이 D램보다 약하다는 통념도 이번 증거로는 확인되지 않아 가설로도 쓰지 않습니다. 사실과 가설을 같은 문장 안에 섞지 않는 것이 이 글의 기준입니다.
지금까지 통설과 두 가지 반론, 그리고 세 가지 숫자를 보았습니다. 이제 필자의 판단을 밝힐 차례입니다. 논쟁형 글의 약속대로 어느 쪽 편을 들기보다 어떤 증거가 어디까지 가는지를 밝히겠습니다. 메모리 업황에서는 증거의 범위를 정확히 말하는 것이 가장 정직한 결론입니다.
이 판단은 결론을 미루자는 뜻이 아닙니다. 판별 신호를 미리 정해 두면 새 숫자가 나올 때마다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 빠르게 갱신할 수 있습니다. 판단은 유보하되 점검은 구체적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5-2. 시나리오와 판별 신호
필자는 낸드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둡니다. 완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 일부만 완화되는 경우, 타이트함이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각 시나리오에는 먼저 나타날 신호를 붙였습니다.
| 시나리오 | 먼저 나타날 신호 | 이 글의 판단 |
|---|---|---|
| 완화 확산 | 낸드 계약가가 전월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하거나 2개월 연속 0% 이하, 엔터프라이즈 SSD 계약가 상승률 둔화, 웨이퍼 투입 축소 해제 | 가설, 아직 확인되지 않음 |
| 부분 완화 | 소비자용 낸드 보합과 엔터프라이즈 SSD 강세의 공존, 웨이퍼 투입 축소 유지 | 현재 가장 가까운 상태(필자 판단, 잠정) |
| 타이트 지속 | 전체 낸드 계약가 상승 지속, 엔터프라이즈 SSD 강세, 에이전틱 AI 수요가 증분 공급 흡수 | 마이크론·윈본드·에이데이터 시각과 가까움 |
완화 확산의 기준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소비자용 MLC의 9월 상승률 0.44%는 이미 0%대여서 상승률이 0%대로 내려가는 것을 신호로 쓰면 이미 완화로 분류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준을 계약가의 마이너스 전환이나 2개월 연속 0% 이하로 잡았고, 지표는 엔터프라이즈 SSD 계약가와 트렌드포스의 낸드 계약가를 함께 보도록 했습니다.
필자는 지금의 메모리 업황을 부분 완화에 가깝다고 봅니다. 소비자용 낸드의 가격 모멘텀은 소진되었지만 전체 낸드와 엔터프라이즈 SSD는 강세이고, 웨이퍼 투입 축소가 유지되고 있으며, 계약가 마이너스 전환 같은 확산 신호는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은 10월 5일 시점의 필자 의견이며 새 자료가 나오면 바뀝니다.
필자가 부분 완화라는 중간 상태를 따로 둔 이유는 현실의 대부분이 양 끝이 아니라 중간에 있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를 둘만 두면 숫자가 나올 때마다 어느 쪽인지 다투게 됩니다. 중간 칸이 있으면 변화의 방향만 기록해도 충분합니다.
시나리오 표의 신호는 이미 공개된 지표로 확인할 수 있게 골랐습니다. 낸드 계약가의 방향, 웨이퍼 투입 축소 유지 여부, 엔터프라이즈 SSD 가격은 모두 분기마다 점검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수 없는 신호를 기준으로 삼으면 메모리 업황의 판단이 감정에 기대게 됩니다.
2편의 신호등을 제품별로 쪼개 보면 이 차이가 숫자로 드러납니다. 가격 칸이 전체로는 1점이었지만 제품별로는 HBM 0점, DDR4 1점, 소비자용 낸드 1점, 엔터프라이즈 낸드 0점(잠정)으로 갈립니다(필자 판단). 같은 1점이 서로 다른 이유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HBM은 계약이 단단해 0점이고, DDR4와 소비자용 낸드는 상승폭이 줄어 1점이며, 엔터프라이즈 낸드는 가격이 강세여서 잠정 0점입니다. 엔터프라이즈 낸드의 점수는 마이크론 평균판매가격과 업체 전망에 기댄 것이어서 월간 계약가 자료를 확인하면 바뀔 수 있습니다. 합산하면 같은 점수라도 제품별로 읽으면 위험의 위치가 다릅니다.
다만 이 점수는 필자가 만든 간이 모델이고 통계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닙니다. 제품별 점수는 공개된 자료의 한계 때문에 신뢰 구간이 넓습니다. 점수는 판단의 순서를 고정하는 용도로만 쓰시길 권합니다.
5-3. 가까운 확인 일정과 제품별 기록법
가장 가까운 확인 일정은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입니다. 서울경제는 10월 8일로 예상된다고 전했고, 경향신문도 8일 발표를 분수령으로 꼽았습니다. 발표일은 삼성전자 공시로 직접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컨센서스는 낮아졌습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원화 강세 영향으로 고점인 109조 5,000억 원에서 104조~108조 원 부근으로 내려왔고, 서울경제는 에프앤가이드 기준 최근 1개월 약 105조 6,000억 원으로 석 달 전 110조 6,000억 원보다 약 4.5% 낮다고 전했습니다. 낮아진 눈높이가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는 증권가의 해석도 경향신문 기사에 있습니다.
이 숫자는 환율 요인이 섞여 있어 낸드 가격의 직접 신호는 아닙니다. 필자가 확인하려는 것은 삼성전자가 낸드 가격과 수요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내놓는지입니다. 서울경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으로 묶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으므로, 장기계약 비중에 관한 설명도 함께 확인할 만합니다.
마이크론의 다음 실적 발표 일정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IR 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한 뒤 낸드 관련 발언을 따로 기록하세요. 제조사 한 곳의 발언보다 여러 곳의 발언이 같은 방향인지가 중요합니다.
기록법은 단순합니다. 분기마다 표를 하나 만들어 HBM, 서버 D램, 범용 D램, 낸드 네 줄로 나누고, 낸드는 다시 소비자용과 엔터프라이즈로 나눠 가격, 재고, 계약, 투자의 변화를 한 줄씩 적습니다. 석 달이 쌓이면 통설이 맞았는지 반론이 맞았는지가 스스로 드러납니다.
제품별 기록표를 만들 때는 칸마다 출처와 날짜를 함께 적으세요. 같은 숫자도 어느 기관이 언제 낸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특히 메모리 업황에서는 전망이 자주 바뀌므로 날짜가 없는 숫자는 쓸모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 글의 가격과 컨센서스는 10월 5일 기준이며 발행 당일 다시 확인합니다.

발표 후에는 숫자를 새로 쓰기 전에 기존 표와 먼저 대조하세요. 예상과 같았는지 다른 방향이었는지를 한 줄로 적으면 메모리 업황의 변화가 누적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석 달을 기록하면 판단의 근거가 쌓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록표의 결론 칸은 비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숫자가 쌓이기 전에 결론을 적으면 이후의 모든 숫자를 그 결론에 맞춰 해석하게 됩니다. 결론은 석 달 뒤 표를 다시 열었을 때 적어도 늦지 않습니다.
6. 맺음말
통설은 메모리 업황을 하나로 보았고 반론은 네 개로 나눴습니다. 필자의 판단은 구조에서는 갈라짐이 확인되고 가격에서는 신호가 엇갈리며, 낸드가 풀린다는 주장은 아직 가설이라는 것입니다. 이 구분을 지키면 어떤 전망이 나와도 같은 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제품별로 나눠 읽는 습관은 번거롭지만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소비자용 낸드는 보합인데 전체 낸드는 강세이고, 장비투자는 늘어나는데 웨이퍼 투입은 줄어드는 모순이 하나의 숫자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제품별 수요가 매출로 바뀌는 경로를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독자께 한 가지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메모리 업황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 HBM인지 낸드인지, 소비자용인지 기업용인지, 계약가인지 현물가인지, 분기 평균인지 월간 변화인지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그 질문만으로도 기사의 절반은 걸러집니다.
메모리 업황을 제품별로 읽는다는 것은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HBM은 얼마나 오래 부족한가, 낸드는 언제부터 느슨해지는가라는 두 질문은 서로 다른 숫자로 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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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로는 「반도체 초과이익은 누구 것인가 — 회계로 본 초과이익의 정의 | 반도체 초과이익 X레이-1편」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메모리 호황의 이익이 어디에 귀속되는지를 회계의 언어로 정의한 글로, 이번 편의 제품별 분화를 이익의 관점에서 읽을 때 도움이 됩니다.
📌 현장 인사이트
2000년 닷컴 버블이 꺼지기 전, 시장에는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하나의 이야기만 있었습니다. 큰 투자 손실을 겪은 뒤에야 같은 이야기 안에서도 기업마다, 사업마다 운명이 달랐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 뒤로는 모두가 같은 방향이라고 말할 때 먼저 항목을 나눠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구매본부장으로 근무 당시에도 메모리 시장이 지금과 같이 타이트할 때 고생한 경험이 메모리를 HBM과 NAND로 나눠 읽는 이유도 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한 줄로 요약된 결론보다 나뉜 항목의 숫자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지금도 필자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2000년 이후 필자가 시장을 읽는 가장 오래된 습관입니다.
✍️ AspiringCEO | 대기업 실무경험 + 공공기관 전략·경영 컨설턴트, 총 38년
FAQ – 자주 묻는 질문
Q1. HBM이 부족하면 NAND도 같이 부족해지나요?
A1. 직접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HBM은 D램 웨이퍼로 만들어 범용 D램의 공급을 줄이지만, NAND는 별도 팹에서 만들어져 HBM 확대의 직접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배분을 통한 간접 영향은 남습니다.
Q2. NAND가 2027년 하반기에 풀린다는 전망은 확정인가요?
A2. 확정이 아닙니다. 트렌드포스는 7월 30일 보도자료에서 2027년 하반기 완화를 제시했지만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 증분 공급이 흡수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마이크론은 2027년과 2028년 모두 공급 제약을, 번스타인은 2027년까지 타이트하고 2028년부터 정상화를, 윈본드·에이데이터는 2027년 상반기까지의 부족을 전망합니다.
Q3. NAND 장비투자가 더 빨리 늘면 공급 과잉이 오나요?
A3. 증가율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SEMI 7월 전망에서 2027년 낸드 장비는 31.1%, D램 장비는 27.4% 늘지만 증가액은 D램이 낸드의 약 2.5배입니다(필자 계산). 장비투자는 공정 전환에도 쓰이므로 비트 공급과 곧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Q4. 9월 낸드 가격이 0.44% 올랐다는 것은 하락 신호인가요?
A4. 아닙니다. 이 숫자는 메모리카드와 USB에 쓰이는 128Gb MLC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으로 데이터센터 SSD와 같지 않습니다. 같은 시기 마이크론의 낸드 평균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약 30% 올랐고 에이데이터는 3분기 낸드 가격을 35~40% 상승으로 전망했습니다. 하락 신호는 계약가가 전월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시점에 나옵니다.
Q5. 낸드 웨이퍼 투입 축소는 감산인가요?
A5. 같은 뜻이 아닙니다. 옴디아 인용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90만 장에서 468만 장으로 4.5%, SK하이닉스는 190만 장에서 170만 장으로 10%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TLC에서 QLC로 전환하면 웨이퍼가 줄어도 비트 출하는 늘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