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일푼 상경에서 강남 내 집 마련까지
빈손으로 서울에 올라와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재건축 사이클과 부동산 정책의 흐름을 몸으로 공부했습니다.
이후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 컨설팅을 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왜 알면서도 공급 문제를 풀지 못하는지
그 구조를 안쪽에서 보게 됐습니다.
그 두 가지 시각을 이 시리즈에 담습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쓸수록 집값이 오른다. 왜 그런지, 데이터와 구조로 차분히 들여다봅니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데, 왜 집값은 계속 오를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정치 비판이 아닙니다. 경제 구조를 이해하면 생기는 아주 합리적인 의문입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는 것과 집값이 오르는 것 사이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그 고리를 이번 편에서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2026년 이재명 정부의 총지출은 729.9조 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하면 750조 원을 넘을 전망입니다. 같은 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인 전년 대비 18.67% 상승했습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구조적 인과관계일까요?
부동산X레이 2편은 그 구조적 연결 고리를 세 단계로 해부합니다. 재정이 어떻게 유동성을 만들고, 유동성이 어떻게 부동산으로 흘러가며, 그 흐름을 왜 정책 규제로 막기 어려운지를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2. 재정 → 통화량 → 자산 가격: 돈의 이동 경로
3. 왜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가는가
4. 기대 인플레이션과 집값: 심리가 현실을 만드는 방식
5. 확장재정과 집값 억제, 왜 동시에 할 수 없나
6. 구조를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FAQ – 자주 묻는 질문
1. 확장재정이란 무엇인가 — 정부가 돈을 쓰는 방식
1-1. 본예산과 추경, 무엇이 다른가
정부의 1년치 지출 계획을 본예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쁘거나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연도 중에 예산을 추가로 편성합니다. 이것이 추가경정예산, 줄여서 추경입니다.
추경은 대부분 적자 국채로 충당됩니다. 세금을 더 걷어서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빚을 내서 쓰는 구조입니다. 돈을 빌려 시장에 풀면, 시중에 도는 돈의 총량이 늘어납니다. 이것이 확장 재정이 통화량에 영향을 주는 기본 원리입니다.
1-2. 2026년 재정 규모, 역대 최대의 의미
2026년 이재명 정부의 본예산 총지출은 729.9조 원으로, 편성 시점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여기에 추경이 더해지면 75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7년 총지출 400.5조 원과 비교하면 9년 만에 약 82% 증가한 수치입니다.
단순히 예산이 늘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증가분의 성격입니다. 이번 확장 재정의 상당 부분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역화폐, 복지예산 증액처럼 소비를 직접 자극하는 지출로 채워져 있습니다. 공장을 짓거나 인프라를 확충하는 생산적 지출이 아닌 만큼, 공급 측면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수요와 유동성만 키우는 구조입니다.
2. 재정 → 통화량 → 자산 가격: 돈의 이동 경로
2-1. 적자 국채 발행과 M2 증가의 연결 고리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이나 시중은행이 이를 매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시스템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통화 승수 효과’라고 부릅니다. 즉, 최초 발행된 국채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을 돌게 됩니다.
한국의 광의통화(M2)는 2025년 기준 4,249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년 대비 5.8% 증가했습니다. M2가 이 속도로 늘어나면, 그 돈의 일부는 소비로, 일부는 주식으로, 상당 부분은 부동산으로 흘러갑니다.

2-2. KDI 실증: 통화량과 주택가격의 반응 속도 비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실증 분석 결과는 이 흐름을 숫자로 뒷받침합니다. 통화량이 1% 증가했을 때, 일반 소비자 물가(GDP 디플레이터)는 8분기(2년)에 걸쳐 0.5% 오릅니다. 반면 주택 가격은 4분기(1년) 이내에 0.9% 상승합니다.
이 수치가 말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주택 가격은 일반 물가보다 반응 속도가 약 2배 빠릅니다. 둘째, 반응 폭도 1.8배 큽니다. 왜 그럴까요? 주택은 단기에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비재는 수요가 늘면 생산을 늘려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서울 아파트는 수요가 늘어도 6개월 안에 공급을 2배로 늘리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3. 왜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가는가
3-1. 한국 가계 자산 구조의 특수성
한국 가계 순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습니다. 미국(약 35%), 영국(약 45%)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국인이 집을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부동산이 가장 안정적이고 수익률 높은 자산이었던 경험이 쌓인 결과입니다.
그 결과,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곳이 아파트가 됐습니다. 특히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는 “잃지 않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깊이 자리 잡혀 있습니다. 여유 자금이 생길 때 부동산으로 향하는 것은 한국 가계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입니다.
3-2. 제도가 만든 ‘부동산 우선 신호’
세제도 부동산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종합부동산세 완화, 취득세 중과 면제 기준 등은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실질적으로 부동산 보유와 거래를 촉진하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주식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가 번번이 유예되는 사이, 부동산은 여전히 세후 수익률이 가장 매력적인 자산 클래스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가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야 한다”고 말해도, 제도 설계가 그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면 돈은 제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지금 제도는 여전히 부동산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4. 기대 인플레이션과 집값: 심리가 현실을 만드는 방식
4-1. 기대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가격을 바꾼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실제 가격만큼이나 ‘앞으로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중요합니다. 기대가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의 합산이 실제 가격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대 상승기에는 세 가지 행동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입니다(“더 기다리면 더 받겠지”). 수요자는 서둘러 매수에 나섭니다(“지금 안 사면 더 비싸진다”). 투자자는 레버리지를 높입니다(“어차피 오를 테니 대출을 최대한 활용하자”).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 실제 공급과 수요 변화 없이도 가격이 오릅니다.
4-2. 재정 확대가 기대 심리에 미치는 영향
확장 재정은 여기서 이중으로 작용합니다. 실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정부가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돈을 계속 쓸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냅니다. 이 신호는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집니다.
성균관대 이준상 교수는 “정부 부채 비율이 오르는 상태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강하게 형성되고, 이것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기대 관리’인데, 확장 재정은 그 기대를 오히려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5. 확장 재정과 집값 억제, 왜 동시에 할 수 없나
📎 참고 자료:
KDI 분석 ─ 확장재정·통화량 증가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기사 보기
5-1. 정책 목표의 내재적 충돌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물은 장면은, 이 모순의 상징입니다. 한쪽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역대 최대 재정을 집행하고, 다른 쪽에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합니다.
이 두 정책은 근본적으로 충돌합니다. 재정 확대는 유동성을 늘리고, 대출 규제는 주택 구입용 유동성만 제한합니다. 전체 파이프에서 물을 더 틀면서, 수도꼭지 하나만 잠그는 격입니다. 물은 잠기지 않은 다른 경로로 흘러갑니다.

5-2. 소비성 지출 위주 재정의 한계
확장 재정이라도 그 성격에 따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다릅니다. 도로·항만·공장 같은 생산적 인프라에 쓰이는 재정은 공급 능력을 키워 물가 상승 압력을 완충합니다. 반면 소비쿠폰, 지역화폐, 현금성 복지 지출은 공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구매력만 높입니다.
구매력이 높아진 사람들이 그 돈으로 무엇을 살까요? 한국의 가계 자산 구조를 감안하면,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향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결과입니다. OECD도 이번 추경에 대해 “부양책의 절반이 소비쿠폰 형태”라며 재정 건전성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소비성 지출 위주의 확장 재정은 공급 측 개선 없이 수요만 자극해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을 구조적으로 강화합니다.
6. 구조를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해결책은 “돈을 덜 쓰라”는 단순한 긴축이 아닙니다. 같은 규모의 재정이라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집니다. 주택 공급 확대에 직접 투입되는 재정, 건설 원가를 낮추는 규제 완화, 공공임대주택 확충 같은 공급 측 지출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도 주택 시장의 수급 균형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제도가 보내는 신호를 바꿔야 합니다. 부동산 보유에 유리한 세제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고, 금융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를 명확히 해야 자금이 생산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제안한 ‘거시건전성 부담금’처럼 고액 부동산 대출 자체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확장 재정과 집값 안정의 공존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재정의 규모가 아니라 재정의 구조와 동반 제도를 함께 바꿀 때만 가능합니다.
마무리: 이전 편과 다음 편 소개
📌 현장 인사이트
부동산은 정책과 시장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분야입니다.
공공기관 컨설팅에서 본 정책 논리와
실수요자로서 경험한 시장 논리는
종종 정반대 방향을 향합니다.
이 괴리를 이해하는 것이 부동산 흐름을 읽는 핵심입니다.
✍️ AspiringCEO | 대기업 실무경험 + 공공기관 전략·경영 컨설턴트, 총 38년
이번 2편에서는 정부가 돈을 풀 때 그 돈이 어떤 경로로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지, 재정 → 통화량 → 자산 가격의 연결 고리를 해부했습니다.
앞서 발행된 부동산X레이 1편에서는 2026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세 가지 직접 충격을 다뤘습니다. 반도체 보너스, 역대 최대 확장재정, 공급 부족이 동시에 작동하며 서울 25개 구 전체를 밀어 올리는 시장의 ‘지금’ 모습을 조망했습니다. 아직 읽지 못하셨다면 그 편을 먼저 보시면 이번 편의 구조적 맥락이 더욱 선명하게 이해됩니다.
부동산X레이 1편을 보고 오시면 더 편해지십니다.^^
부동산X레이 1편을 함께 읽어보세요.
다음에 발행될 부동산X레이 3편에서는 “전세의 비밀”을 다룹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세 제도가 왜 가계부채를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크게 부풀리는지, 그리고 전세 보증금이 어떻게 부동산 가격을 지지하는 보이지 않는 수요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집값 문제의 뿌리를 이해하고 싶다면 3편이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것입니다.
FAQ – 자주 묻는 질문
Q1. 확장 재정이 항상 나쁜 건가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경기 침체 시 확장 재정은 소비를 지탱하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재정 확대가 항상 집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입니다. 지출의 성격이 소비성에서 생산·공급 확대형으로 전환된다면 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Q2. 금리를 올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지 않나요?
A2. 금리 인상은 대출 비용을 높여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 매수자나 고소득층에게는 금리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또한 금리 인상은 가계 전체의 이자 부담을 높여 내수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경기 침체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Q3. M2가 늘어나면 주식도 오르는데, 왜 부동산만 특별히 문제인가요?
A3. 주식도 유동성 증가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주식은 단기에 공급(발행)이 가능하고 글로벌 시장과 연결돼 있어 가격 조정이 상대적으로 빠릅니다. 반면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는 공급이 극도로 비탄력적이고,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해야 하는 필수재라는 특성이 겹쳐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직결됩니다.
Q4. 이 구조는 언제 바뀔 수 있나요?
A4. 구조 변화는 단기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자산의 부동산 쏠림, 전세 제도, 소비성 재정 의존 구조는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됐습니다. 다만 네덜란드·덴마크 사례처럼 일관된 정책 의지가 10년 이상 지속된다면 가계부채 비율 하락과 자산 구조 다변화가 가능합니다.
Q5. 현 정부의 정책이 집값을 올리는 것을 알면서도 왜 계속하는 건가요?
A5. 이것이 이 문제의 핵심 딜레마입니다. 경기 부양과 집값 안정이라는 두 목표가 동일한 정책 수단을 반대 방향으로 당기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클 때 집값 걱정만으로 재정을 긴축하기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렵습니다. 결국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재정의 성격(소비성 → 공급 확대형)과 제도 설계(세제·금융 신호)를 함께 바꾸는 것이 유일한 현실적 경로입니다.



“확장재정이 왜 구조적으로 집값을 올리는가? — 돈의 흐름으로 읽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뿌리 | 부동산X레이-2편”에 대한 2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