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부터 보겠습니다. LS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이 2025년 월 119만 5천 장에서 2028년 181만 5천 장, 2029년 215만 장으로 늘어난다고 추정했습니다. 2025년 대비 2029년 215만 장 기준으로 약 80% 늘어나는 규모이며 연합인포맥스가 이 추정을 전했습니다.
이 숫자를 보면 곧바로 반도체 공급 과잉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과잉은 웨이퍼 생산능력이 아니라 실제로 팔 수 있는 칩의 출하량이 수요를 넘어설 때 생깁니다. 웨이퍼가 늘어나는 시간, 수율이 오르는 시간, 제품이 출하되는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시점은 증설 발표보다 훨씬 뒤에 정해집니다.
4편에서는 AI CAPEX가 주문을 거쳐 매출이 되는 수요 쪽 시차를 다뤘습니다. 5편은 공급자 쪽의 시계를 살펴봅니다. 투자 발표가 장비 반입과 수율 개선을 거쳐 출하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반도체 공급 과잉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오는지 정리합니다.
필자의 결론을 먼저 밝히면 이렇습니다. 2027년은 신규 팹이 가동을 시작하는 해이지만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고 보고, 2028년이 반도체 공급 과잉을 점검하는 첫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는 AI 수요가 현재 속도로 이어지고 증설 일정이 현재 목표대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의 판단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1. 먼저 수치부터: 반도체 공급 과잉의 출발점인 D램 웨이퍼 증가
2. 증설 일정표: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시계가 겹치는 2028년
3. 수율과 램프업: 웨이퍼가 곧 출하는 아니다
4. HBM이 웨이퍼를 흡수한다: 캐파 증가와 범용 D램의 간극
5. 반도체 공급 과잉의 판별 지표: CSIS 경고와 현재 상태
6. 시사점: 언제, 어떤 조건에서 반도체 공급 과잉이 오나
7. 맺음말
FAQ – 자주 묻는 질문
1. 먼저 수치부터: 반도체 공급 과잉의 출발점인 D램 웨이퍼 증가
🔍 한눈에 보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5년 월 119만 5천 장에서 2028년 181만 5천 장으로 늘어난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합계 증가율은 2027년 13.6%에서 2028년 17.1%로 오히려 빨라집니다(필자 계산). 다만 웨이퍼 증가가 곧 반도체 공급 과잉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1-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캐파 추정
LS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5년 월 65만 장에서 올해 75만 장, 2027년 85만 5천 장, 2028년 98만 장으로 늘어납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4만 5천 장에서 61만 5천 장, 69만 5천 장, 83만 5천 장으로 늘어난다고 봤습니다. 2029년에는 두 회사 합계가 월 215만 장에 이릅니다.
대부분의 글에서는 이 숫자를 곧바로 공급 과잉의 증거로 소개합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웨이퍼이지 시장에 나오는 칩이 아닙니다. 필자는 반도체 공급 과잉을 판단할 때 캐파 숫자를 출발점으로만 쓰고 결론은 출하 단계에서 내립니다.
LS증권은 삼성전자 용인 첫 팹이 2030년부터 가동한다고 가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어서 목표대로 되면 신규 팹의 공급 기여 시점이 추정보다 빨라질 수 있습니다. 추정치 자체가 일정에 따라 바뀌는 숫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교 기준을 하나 더하겠습니다. 서울경제는 2030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2700조 원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이는 지난해 D램·낸드 매출(약 290조 원)의 10배에 육박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는 수요가 커질 경우의 잠재 규모이지 확정된 매출이 아닙니다. 캐파 증가가 이런 큰 전망을 근거로 추진된다는 점이 반도체 공급 과잉 논쟁의 배경입니다.
아래 표는 두 회사의 추정을 한 장으로 합치고 필자가 증가율을 다시 계산한 것입니다. 증권사 추정이므로 회사가 공식 발표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함께 읽으시기 바랍니다.
| 연도 | 삼성전자(만 장/월) | SK하이닉스(만 장/월) | 합계(만 장/월) | 합계 증가율(필자 계산) |
|---|---|---|---|---|
| 2025년 | 65.0 | 54.5 | 119.5 | 기준 |
| 2026년 | 75.0 | 61.5 | 136.5 | +14.2% |
| 2027년 | 85.5 | 69.5 | 155.0 | +13.6% |
| 2028년 | 98.0 | 83.5 | 181.5 | +17.1% |
| 2029년 | 118.0 | 97.0 | 215.0 | +18.5% |
1-2. 증가율이 2028년에 오히려 빨라진다
필자가 연도별 증가율을 재계산했습니다. 합계는 2026년 14.2%, 2027년 13.6%, 2028년 17.1%, 2029년 18.5% 늘어납니다. 증가율이 2027년에 잠시 낮아졌다가 2028년부터 다시 올라가는 모양이어서 반도체 공급 과잉의 부담이 2028년 이후에 커지는 구조입니다.
2025년 대비 2028년까지의 누적 증가율은 합계 51.9%이고 삼성전자는 50.8%, SK하이닉스는 53.2%입니다(필자 계산). 두 회사가 거의 같은 속도로 늘리고 있어서 한쪽이 먼저 멈추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반도체 공급 과잉을 점검할 때 개별 회사보다 두 회사의 동시 증설을 먼저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025년에서 2028년까지 합계 캐파는 연 약 14.9% 늘어납니다(필자 계산). 마이크론이 제시한 2027~2028년 업계 D램 비트 출하 증가율 20%대 초반과 우연히 비슷한 범위이지만, 기간과 집계 범위가 달라 서로를 검증하는 숫자로는 쓰지 않습니다.
이 증가율이 곧 공급량 증가율은 아닙니다. LS증권은 2028년 메모리 3사의 웨이퍼 캐파 증가율을 16.1%로 예상하면서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성 개선 기여도는 6.5%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전체 D램 웨이퍼 투입이 올해 8.5%, 내년 5.8% 늘어난다고 전망했습니다.
용어를 구분해야 합니다. 생산능력은 설비가 낼 수 있는 최대 규모이고 웨이퍼 투입은 실제로 공정에 들어가는 물량입니다. 두 숫자는 집계 범위가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투입 증가율이 캐파 증가율보다 낮다는 점은 신규 라인이 아직 완전히 돌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필자 해석).
수치로 확인되는 사실은 웨이퍼 캐파 증가 계획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점이고, 그 캐파가 얼마나 빨리 출하로 바뀌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시점을 지나치게 앞당겨 계산하게 됩니다. 다만 캐파 증가 계획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은 분명하므로 이후 장에서 그 시차를 따로 분해합니다.
📎 참고 자료: 연합인포맥스 삼성·SK하이닉스 D램 캐파 전망 기사
2. 증설 일정표: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시계가 겹치는 2028년
🔍 한눈에 보기:
신규 공급은 2027년에 SK하이닉스 용인 Y1과 청주 M15X, 마이크론 싱가포르 HBM 패키징·대만 퉁뤄·아이다호에서 먼저 나오고, 2028년에는 삼성전자 평택 P5와 마이크론 일본 D램·싱가포르 낸드가 뒤를 잇습니다. 2027년과 2028년에 서로 다른 회사의 신규 팹이 이어서 가동되는 구조가 반도체 공급 과잉의 첫 점검 시점을 2028년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일정은 모두 현재 목표이며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습니다.
2-1. SK하이닉스: M15X, 용인 Y1과 Y2
SK하이닉스의 신규 공급은 청주 M15X에서 먼저 나옵니다. 하나증권은 M15X의 D램 생산능력이 올해 4분기 월 4만 장에서 내년 4분기 8만 장으로 두 배가 된다고 추정했습니다. 용인 Y1은 첫 클린룸 개방 목표가 당초 2027년 5월에서 내년 2월로 석 달 앞당겨졌습니다.
Y1의 첫 웨이퍼 투입은 2027년 3분기로 전망되고, LS증권은 Y1 생산능력을 2027년 월 6만 장, 2028년 18만 장, 2029년 30만 장, 2030년 36만 장으로 추정했습니다. 두 번째 팹인 Y2에는 35조 2천억 원을 투자해 내년 7월 착공하고 2029년 6월 첫 클린룸을 열 예정입니다. Y2는 HBM을 포함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같은 팹의 숫자도 출처마다 다릅니다. CSIS 보고서는 Y1이 2028년 말 월 15만 장까지 늘 것으로 적었고, LS증권의 2028년 18만 장과는 추정 기준과 시점이 다릅니다. 이 차이는 팹별 캐파 숫자를 단일 확정치로 인용하면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필자 해석).
대부분의 글에서는 투자 발표 금액이 크면 곧바로 공급이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착공, 클린룸 개방, 장비 반입, 첫 웨이퍼 투입이 각각 다른 날짜입니다. 필자는 반도체 공급 과잉을 따질 때 투자 발표일이 아니라 첫 웨이퍼 투입 분기를 기준 날짜로 삼습니다.
정부도 일정을 앞당기는 방향입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종 팹 완공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책이 일정을 앞당기는 방향이라는 점은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시계가 민간의 판단만이 아니라 국가 정책의 영향도 받는다는 뜻입니다(필자 해석).
2-2. 삼성전자: 평택 P4와 P5, 용인 국가산단
삼성전자는 평택 P4의 D램 생산능력이 올해 4분기 월 6만 5천 장에서 내년 4분기 15만 장으로 늘어난다고 하나증권은 추정했습니다. CSIS 보고서는 P4의 보도된 생산능력을 월 8만 장으로 적었고 대부분이 HBM4와 첨단 DDR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숫자도 시점과 범위가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P5는 2024년 업황 침체로 공사 속도를 조절했다가 AI 수요 확대에 맞춰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첫 웨이퍼 투입은 2028년 1분기로 전망되고, CSIS는 6개월 중단 뒤 공사를 재개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최종 생산능력을 월 10만~12만 장으로 적었습니다. 용인 국가산단에서는 올해 10월 부지 조성이 시작되고 첫 팹의 가동 목표는 2029년입니다.
삼성전자의 일정은 2027년에는 P4 증설이, 2028년에는 P5가 겹치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의 Y1 램프업이 같은 시기에 진행되므로 두 회사의 신규 물량이 2028년에 함께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겹침이 반도체 공급 과잉의 첫 점검 시점을 2028년으로 만드는 구조적 이유입니다(필자 해석).
필자는 전자부품 무역과 구매 업무를 하면서 신규 설비의 납기가 한 분기만 밀려도 그 설비로 만드는 제품의 공급 일정이 줄줄이 밀리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팹 증설도 같은 구조입니다. 장비 납기 한 번의 지연이 첫 웨이퍼 시점을 바꾸고 그 뒤의 모든 출하 일정을 움직입니다.
다만 일정이 밀린다고 반도체 공급 과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연은 공급이 늦게 나오는 것일 뿐 총량을 줄이지는 않으며, 여러 회사의 지연이 서로 다른 분기에 풀리면 오히려 분산 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회사의 일정이 동시에 앞당겨지면 충격이 한 해에 몰립니다.
삼성전자의 용인 첫 팹 가동 목표는 기존에 거론된 2030~2031년보다 1~2년 빠른 2029년입니다. 일정이 앞당겨지는 방향이 이어지면 LS증권의 추정치도 위로 수정될 수 있고, 지연되면 아래로 수정됩니다. 숫자를 인용할 때 기준 날짜를 함께 적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2-3. 마이크론: 싱가포르, 대만, 아이다호, 일본
마이크론의 신규 공급은 지역별로 흩어져 있습니다. 광주방송은 마이크론이 싱가포르 HBM 공장을 2027년 초, 미국 아이다호 1공장과 대만 퉁뤄 공장을 2027년 중반에 가동한다고 전했습니다. EBN은 일본 D램 증설 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8년으로 전했고, 아이다호 두 번째 공장은 2028년 말 완전 가동 체제에 들어갑니다.
싱가포르 신규 낸드 공장은 일정 표현을 구분해야 합니다. 가동 목표는 2028년이고 첫 웨이퍼 생산은 2028년 하반기로 보도되었습니다. CSIS 보고서는 아이다호 ID1의 첫 웨이퍼 출력을 2027년 하반기로 적어, 2027년 중반이라는 회사 측 표현과 약간 다릅니다.
마이크론은 업계 비트 출하 증가율을 2027년과 2028년 모두 D램 20%대 초반, 낸드 20%대 중반으로 제시하면서도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규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회사 전망이어서 독립 검증은 아닙니다.
세 회사의 일정을 한 표로 모으면 신규 공급이 어느 해에 몰리는지 보입니다. 표의 숫자는 증권사 추정과 회사 발표, 보도를 섞은 것이며 모두 목표 또는 전망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 회사 | 팹 | 핵심 일정(현재 목표) | 월 생산능력 추정 |
|---|---|---|---|
| SK하이닉스 | 청주 M15X | 2026년 4분기 4만 장에서 2027년 4분기 8만 장 | 4만 장에서 8만 장(하나증권) |
| SK하이닉스 | 용인 Y1 | 클린룸 2027년 2월, 첫 웨이퍼 2027년 3분기 | 2028년 18만 장(LS증권), 2028년 말 15만 장(CSIS) |
| SK하이닉스 | 용인 Y2 | 2027년 7월 착공, 2029년 6월 첫 클린룸 | 35조 2천억 원 투자 |
| 삼성전자 | 평택 P4 | 2026년 4분기 6만 5천 장에서 2027년 4분기 15만 장 | 15만 장(하나증권), 8만 장(CSIS 인용 보도) |
| 삼성전자 | 평택 P5 | 첫 웨이퍼 2028년 1분기 전망 | 최종 10만~12만 장(CSIS) |
| 삼성전자 | 용인 첫 팹 | 2029년 가동 목표(LS증권은 2030년 가정) | 2029년 합계 캐파에 일부 기여 |
| 마이크론 | 싱가포르 HBM | 2027년 초 가동 | 비공개 |
| 마이크론 | 대만 퉁뤄·아이다호 1공장 | 2027년 중반 가동 | 아이다호 첫 웨이퍼는 CSIS가 2027년 하반기로 표기 |
| 마이크론 | 아이다호 2공장·일본 D램 | 2028년 말, 2028년 | 비공개 |
| 마이크론 | 싱가포르 낸드 | 가동 2028년, 첫 웨이퍼 2028년 하반기 | 업계 낸드 비트 증가율 20%대 중반 |

표에서 읽어야 할 것은 겹침의 시점입니다. 2027년에는 SK하이닉스 Y1과 마이크론의 싱가포르·퉁뤄·아이다호가, 2028년에는 삼성전자 P5와 마이크론의 일본 D램·싱가포르 낸드가 이어서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다만 일정은 현재 목표일 뿐이어서 팹 하나가 앞당겨지거나 밀리면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시점도 한 분기씩 함께 움직입니다.
3. 수율과 램프업: 웨이퍼가 곧 출하는 아니다
🔍 한눈에 보기:
신규 팹은 첫 웨이퍼가 들어간 뒤에도 가동률과 수율이 오르는 데 몇 분기가 걸립니다. 필자의 가정 시뮬레이션에서 신규 팹이 첫 4분기에 만드는 유효 출하는 풀가동 때의 약 46%였습니다(실제 기업 수치가 아닌 설명용 가정). 이 시차가 반도체 공급 과잉의 체감 시점을 캐파 숫자보다 늦춥니다.
3-1. 웨이퍼, 칩, 출하의 세 단계
반도체 공급 과잉의 공급 쪽을 읽는 순서는 세 단계입니다. 첫째는 생산능력으로, 설비가 한 달에 처리할 수 있는 웨이퍼 수입니다. 둘째는 투입과 수율로, 실제 투입한 웨이퍼 가운데 양품 칩이 나오는 비율입니다. 셋째는 출하로, 고객에게 인도되어 매출이 되는 물량입니다.
대부분의 글에서는 첫 번째 단계의 숫자만 가지고 반도체 공급 과잉을 말합니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에서 물량은 크게 줄어듭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양품 칩의 수는 수율이 정하고, 양품이 출하로 이어지는 속도는 고객 인증과 주문이 정합니다.
HBM은 이 구조가 더 복잡합니다. CSIS는 HBM이 완성된 뒤에야 존재하는 제품이며 D램 팹에서 만든 얇은 다이를 쌓아 올리는 첨단 패키징 능력이 없으면 D램 다이 생산을 HBM 출하로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HBM의 웨이퍼 몫이 커질수록 패키징과 수율의 병목이 출하량에 주는 영향도 커집니다(필자 해석).
필자는 구매 업무에서 같은 장면을 보았습니다. 협력업체의 월 생산능력이 늘었다는 통보를 받아도 실제 납품 물량은 몇 달 뒤에야 따라왔고, 그 사이 우리는 능력이 아니라 입고 실적을 기준으로 재고를 계획했습니다. 반도체 공급 과잉도 같은 원칙으로 능력이 아니라 출하 실적을 기준으로 읽어야 합니다.
다만 이 구분이 수율 수치를 알아야만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율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숫자가 없을 때는 수율 대신 첫 웨이퍼 이후 몇 분기가 지났는지를 기준으로 램프업 단계를 분류하는 편이 정직합니다.
3-2. 수율 시뮬레이션: 첫 4분기의 유효 출하는 46%
필자가 설명용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월 10만 장 규모의 신규 팹을 가정하고 분기별 가동률과 수율을 곱해 풀가동 때 대비 유효 출하 지수를 계산했습니다. 모든 숫자는 실제 기업의 수치가 아니라 구조를 보여 주기 위한 가정이며 일반 법칙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첫 분기는 가동률 30%에 수율 60%를 곱한 18%입니다. 둘째 분기는 50%와 70%를 곱한 35%, 셋째 분기는 70%와 80%를 곱한 56%, 넷째 분기는 90%와 85%를 곱한 76.5%입니다. 다섯째 분기에야 100%와 90%를 곱한 90%에 이릅니다.
네 분기의 지수를 더하면 1.855이고 이는 풀가동 네 분기의 4.0 대비 약 46%입니다(필자 계산). 신규 팹의 캐파 숫자가 반영된 첫 해에 시장이 받는 물량은 숫자의 절반이 채 안 된다는 가정 아래의 결과입니다. 이것이 캐파 증가율과 출하 증가율 사이에 시차가 생기는 구조를 보여 줍니다.
| 첫 웨이퍼 이후 분기 | 가동률 가정 | 수율 가정 | 유효 출하 지수(가동능력 대비) |
|---|---|---|---|
| 1분기 | 30% | 60% | 18.0% |
| 2분기 | 50% | 70% | 35.0% |
| 3분기 | 70% | 80% | 56.0% |
| 4분기 | 90% | 85% | 76.5% |
| 5분기 이후 | 100% | 90% | 90.0% |
이 표의 의미는 간단합니다. 2028년에 SK하이닉스 Y1이 월 18만 장을 낼 수 있다고 해도 첫 웨이퍼가 2027년 3분기에 들어갔다면 2028년 한 해의 유효 출하는 그 숫자의 일부에 그칩니다. 그래서 필자는 반도체 공급 과잉의 본격적인 부담이 2028년 상반기가 아니라 2028년 하반기에서 2029년 사이에 나타난다고 봅니다.
다만 이 가정은 평균적인 램프업을 단순화한 것입니다. 기존 팹의 공정을 이어받는 신규 팹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고, 새 공정을 처음 적용하는 팹은 더 느릴 수 있습니다. 가동률과 수율이 실제로 어떻게 오르는지는 회사의 실적 발표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을 바꿔 보겠습니다. 수율이 5분기 이후 90%가 아니라 80%에서 멈춘다면 풀가동 때의 유효 출하는 80%에 머뭅니다. 수율 10%p의 차이가 캐파 숫자의 10%를 그대로 줄이는 셈이어서 반도체 공급 과잉의 크기는 수율 가정에 매우 민감합니다(필자 계산).

4. HBM이 웨이퍼를 흡수한다: 캐파 증가와 범용 D램의 간극
🔍 한눈에 보기:
트렌드포스는 D램 웨이퍼 투입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약 18%에서 올해 22%, 내년 30%로 높아진다고 봅니다. 웨이퍼 캐파가 늘어도 HBM이 먼저 가져가므로 범용 D램 쪽의 반도체 공급 과잉은 캐파 숫자보다 늦게, 약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간극이 이번 사이클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4-1. HBM 비중 18%에서 22%, 30%로
서울경제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를 인용해 주요 메모리 업체의 D램 웨이퍼 투입량 가운데 HBM의 비중이 지난해 말 약 18%에서 올해 22%, 내년 30%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면적을 더 차지하고 공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같은 생산능력에서 HBM 비중이 높을수록 범용 D램 생산량은 줄어듭니다. 삼성전자 김태우 부사장도 2027년 HBM이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CSIS는 같은 사실을 자원 사용량으로 설명했습니다. HBM은 일반 D램과 같은 팹과 웨이퍼를 쓰기 때문에 HBM 생산이 늘 때마다 범용 메모리에 쓸 수 있는 캐파가 줄고, 같은 용량 기준 클린룸 면적을 약 4배 쓴다는 설명입니다. CSIS는 올해 메모리 업계가 세계 수요의 약 60%만 충족할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인용했습니다.
통설은 웨이퍼 캐파가 늘면 모든 D램 공급이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고 봅니다. 그러나 HBM이라는 우선 배분 대상이 있는 이번 사이클에서는 늘어난 웨이퍼의 상당 부분이 HBM으로 먼저 흘러갑니다. 그래서 반도체 공급 과잉을 논할 때는 HBM과 범용 D램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시장 구조도 방향을 정합니다. CSIS는 트렌드포스를 인용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회사가 2025년 4분기 세계 D램 매출의 90.5%를 차지했다고 적었습니다. 세 회사가 같은 방향으로 웨이퍼를 HBM에 우선 배분하면 시장 전체의 범용 D램 공급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세 회사의 동시 결정이 반도체 공급 과잉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필자 해석).
4-2. 범용 D램 투입은 내년에 줄어든다는 계산
필자가 서로 다른 두 기관의 숫자를 단순 결합해 계산했습니다. 하나증권의 전체 D램 웨이퍼 투입 증가율 8.5%(올해), 5.8%(내년)에 트렌드포스의 HBM 비중 18%, 22%, 30%를 적용하면 범용 D램 웨이퍼 투입 지수는 지난해 말 82.0에서 올해 84.6, 내년 80.4가 됩니다(필자의 단순 결합 계산).
올해는 약 3% 늘고 내년에는 약 5% 줄어드는 셈입니다. 전체 웨이퍼 투입이 늘어도 범용 D램에 돌아가는 몫은 내년에 오히려 감소한다는 계산입니다. 캐파가 늘어도 범용 D램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를 보여 주는 방향성 자료입니다.
다만 이 계산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두 기관의 집계 범위와 시점이 서로 달라 단순 결합이 정밀한 추정이 될 수 없고, HBM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인지 연평균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숫자는 방향을 보여 주는 용도이며 정확한 예측치가 아닙니다.
독자가 이 계산을 기록표로 옮길 때는 두 숫자를 함께 적으세요. 전체 웨이퍼 투입 증가율과 HBM 비중입니다. 둘 중 하나만 바뀌어도 범용 D램 몫의 방향이 뒤집힐 수 있으므로 매 분기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LS증권도 같은 방향을 지적했습니다. 공급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HBM에 우선 배분되기 때문에 범용 D램 공급 증가폭은 웨이퍼 캐파 확대보다 제한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LS증권은 삼성전자 용인 팹이 2029년에 앞당겨지면 공급 기여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적었습니다.
HBM이 웨이퍼를 먼저 흡수하는 동안은 반도체 공급 과잉이 범용 D램보다 HBM 쪽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이는 HBM 수요가 꺾이거나 HBM 비중이 정체하는 순간 웨이퍼가 범용 D램으로 한꺼번에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HBM 수요가 유지되는 한 이 간극은 오래 유지됩니다.
📎 참고 자료: 서울경제 메모리 시장 2700조 전망과 공급 과잉 가능성 기사
5. 반도체 공급 과잉의 판별 지표: CSIS 경고와 현재 상태
🔍 한눈에 보기:
CSIS는 새 메모리 공장에 150억~200억 달러가 들고 건설에 2~3년 이상 걸려 증설과 수요 사이의 시차가 남는다고 경고했습니다. CSIS가 제시한 핵심 변수는 수요 증가세와 증설 속도의 조합이며 지금은 두 변수가 모두 높은 상태입니다. 현재 상태를 지표별로 점검합니다.
5-1. CSIS: 사이클의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미국 CSIS는 9월 17일 공개한 보고서 『Beyond the Memory Cycle』에서 현재의 부족이 2027년까지, 일부 업계 추정으로는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오늘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투자가 다음 공급 과잉의 조건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경고의 핵심은 지금의 증설이 다음 사이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헤럴드경제는 이 보고서를 전하며 AI가 수요의 종류와 생산 우선순위를 바꿨지만 수요가 늘고 공급이 늦어 가격이 오르고 증설 경쟁이 공급 과잉으로 넘어가는 구조는 그대로라고 요약했습니다. 필자도 이 구조적 진단이 이번 사이클을 읽는 가장 보수적인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근거도 구체적입니다. 새 메모리 공장 한 곳에 약 150억~200억 달러가 필요하고 건설에만 2~3년 이상이 걸립니다. 부족기에 높아진 가격을 보고 여러 기업이 증설에 나서면 신규 공급이 시장에 도착할 때는 수요가 달라져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이 대표적 사례로 인용됐습니다. 그해 D램 현물가격은 1월부터 12월까지 50% 하락했고 D램 업체들의 합계 손실은 70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도 높은 고정비 때문에 가격이 떨어져도 가동률을 유지하려는 압력이 작용해 라인을 멈추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짚었습니다.
그러나 CSIS는 전제를 바꾸면 결과도 달라진다고 덧붙였습니다. AI 수요가 현재 속도로 계속 증가한다면 신규 생산능력이 큰 조정 없이 흡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급 과잉 여부는 수요 증가세와 증설 속도의 조합에 달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필자는 이 마지막 문장이 이 논쟁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증설만 보는 글은 반도체 공급 과잉을 과대평가하고, 수요만 보는 글은 과소평가합니다. 두 변수를 같은 표에 나란히 놓는 것이 가장 정직한 방법입니다.
CSIS는 현재의 사재기도 문제로 짚었습니다. 3사가 모두 고객에게 사재기와 이중 주문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런 관행이 단기적으로 부족을 악화시키고 부족이 풀릴 때 쌓인 재고가 쏟아져 시장 붕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편에서 다룬 이중 주문의 위험이 공급 쪽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 셈입니다(필자 해석).
경영진의 시각은 다릅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다운턴이 오더라도 급격한 하락이 아니라 완만한 감소나 보합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더 이상 경기 순환적 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발언은 장기공급계약이 사이클의 진폭을 줄인다는 데 무게를 둡니다. CSIS의 경고와 경영진의 확신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보고 있다고 필자는 봅니다.
이 논쟁에는 투자 속도를 둘러싼 소동도 있었습니다. 민형배 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경제포럼 강연에서 SK그룹이 일부 의원실에 증설을 늦출 수 있는지 문의하고 다닌다고 말했고, 통합특별시는 SK하이닉스가 투자 추진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헤럴드경제는 전했습니다. 투자 철회설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 일은 증설 일정이 약속된 사실이 아니라 현재 목표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필자 해석).
5-2. 현재 상태를 점검표로 읽는다
CSIS의 논지를 반도체 공급 과잉의 다섯 가지 지표로 나누고 현재 상태를 필자가 점검했습니다. 판정은 필자의 해석이며 새 자료가 나오면 바뀝니다. 주의와 경계, 완충이라는 세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 지표 | CSIS 논지 | 현재 상태 | 필자 판정 |
|---|---|---|---|
| 증설과 수요의 시차 | 신규 공장은 150억~200억 달러, 건설 2~3년 이상 | 삼성·SK·마이크론 신규 팹이 2027~2029년에 집중 | 경계 |
| 고정비와 가동률 압력 | 가격이 떨어져도 높은 생산량을 유지하려는 압력 | 지금은 가격 상승기여서 아직 발현되지 않음 | 구조적 위험 |
| 중국 범용 메모리 | HBM에 집중할수록 중국이 범용 D램을 채움 | CXMT가 D램 점유율 8~10%로 4위 | 경계 |
| 수요 증가세 | AI 수요가 현재 속도면 흡수 가능 | 3분기 D램 ASP 20~30% 상승(BofA 추정), 월간 상승률은 둔화 | 주의 |
| 장기계약 | 수요를 미리 반영해 완충 | 마이크론 2027 회계연도 출하 75% 이상 확정, 전략 고객 협약 26건 | 완충 |
표를 읽으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증설의 시차와 중국 변수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위험이고, 장기계약은 그 위험을 뒤로 미루는 완충입니다. 두 힘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가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시점을 정합니다(필자 해석).
장기계약이 완충이라는 판정에도 단서가 붙습니다. 광주방송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전략 고객 협약이 26건이고 2030년까지 매출의 35% 이상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고객 약정 320억 달러는 대부분 현금 선수금입니다. ZDNet Korea는 이 계약 대부분이 최저가와 최고가를 두는 가격 밴드 구조라고 전했습니다. 계약 조건이 완충의 강도를 정하며 이 조건은 회사별로 공개 범위가 다릅니다(필자 해석).
수요 증가세는 지금 주의 단계입니다. BofA는 3분기 주요 D램 평균판매가격이 전 분기 대비 20~30%, 낸드가 15% 이상 올랐다고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2편과 3편에서 확인한 대로 월간 계약가격의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어서 수준과 속도를 따로 읽어야 합니다.
5-3. 중국이라는 변수
CSIS는 중국의 추가 생산능력이 범용 메모리 부족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향후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덤핑과 무역 마찰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CSIS 보고서에 따르면 CXMT는 상하이에 허페이 주력 공장의 2~3배 규모 신규 팹을 짓고 있고 범용 D램과 HBM 생산 라인을 함께 늘리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의 증설이 자국 내 수요를 채우기 위한 것이어서 과잉 위험이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고 CSIS는 적었습니다.
점유율 숫자는 출처마다 다릅니다. CSIS는 CXMT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중반 약 8%로 추정했고 헤럴드경제는 D램 매출 기준 10%로 4위라고 전했습니다. 시점과 기준이 달라 8~10%의 범위로 읽는 것이 안전합니다. 헤럴드경제 칼럼은 중국의 메모리 자급률이 25%에서 2028년 30%를 향해 간다고 짚었습니다.
이 변수는 기존 3사의 증설과 성격이 다릅니다. 3사가 HBM에 웨이퍼를 더 투입할수록 범용 D램의 빈자리가 커지고 그 자리를 비용이 낮은 중국 업체가 채울 여지가 생깁니다. 필자는 이 빈자리가 반도체 공급 과잉의 경로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봅니다.
다만 최첨단 HBM이나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에서는 아직 기술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중국발 공급은 범용 D램과 일부 낸드에 먼저 영향을 주고 HBM에는 늦게 닿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3사의 이익 구조가 HBM에 얼마나 치우쳐 있는지가 이 변수의 충격 크기를 정합니다.

CSIS가 말한 두 변수 가운데 수요 쪽은 분기마다 확인되지만 증설 쪽은 현재 계획이 이미 진행 중이어서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 지금의 비대칭입니다. 일정은 현재 목표로 움직이고 수요는 분기마다 바뀝니다. 반도체 공급 과잉의 위험이 수요 둔화 한 번에 크게 증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참고 자료: CSIS 메모리 사이클 이후 보고서 원문 확인하기
6. 시사점: 언제, 어떤 조건에서 반도체 공급 과잉이 오나
🔍 한눈에 보기:
반도체 공급 과잉은 증설 일정, 램프업 시차, HBM 우선 배분, 수요 증가세가 모두 맞물릴 때 나타납니다. 필자는 2027년을 공급 부족 유지, 2028년을 첫 분기점, 2028년 하반기에서 2029년을 본격 점검 구간으로 봅니다. 다만 마이크론은 2027·2028 회계연도 수급이 올해보다 더 빠듯해진다고 말해 반대 증거도 있습니다.
6-1. 세 가지 시나리오
필자는 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둡니다. 시나리오마다 수요 증가세와 증설 속도의 조합이 다르고, 그 조합을 CSIS의 문장에 맞춰 정리했습니다. 확률은 부여하지 않고 먼저 나타날 신호만 적었습니다.
- 연착륙: AI 수요가 현재 속도로 이어져 신규 생산능력이 흡수되고 2028년 가격만 소폭 조정됩니다.
- 부분 과잉: HBM은 단단하지만 범용 D램과 낸드에서 중국 공급과 신규 팹 물량이 겹쳐 가격이 먼저 꺾입니다.
- 본격 과잉: AI 투자 증가율이 둔화하는 시점에 신규 팹이 한꺼번에 가동되어 2008년식 가격 경쟁이 재현됩니다.
BofA는 2028년 D램 평균판매가격이 약 5%, 낸드가 약 13% 하락해도 이를 장기 상승세가 끝나는 침체가 아니라 2029~2030년 재성장을 앞둔 연착륙으로 본다고 서울경제는 전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 가까운 시각입니다. 반면 CSIS는 세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반대 증거도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2027·2028 회계연도 메모리·스토리지 수급이 2026년보다 훨씬 빠듯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ZDNet Korea와 광주방송이 전했습니다. 회사 전망이어서 독립 검증은 아니지만, 2028년 공급 증가 전망과 반대 방향의 신호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글에서는 두 시각 가운데 하나를 골라 결론을 냅니다. 그러나 필자는 둘이 서로 다른 변수를 강조할 뿐 모순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BofA는 수요 증가세가 유지되는 경우를, CSIS는 수요가 꺾이는 경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의 현재 판단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 사이입니다. 2027년까지는 웨이퍼 캐파가 늘어도 HBM 우선 배분과 램프업 시차 때문에 반도체 공급 과잉이 가시화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는 10월 7일 시점의 판단이며 AI 투자 증가율이 바뀌면 달라집니다.
필자는 2편의 신호등 규칙을 공급 쪽에 빌려 옵니다. 각 칸을 0점, 1점, 2점으로 매기는 같은 방식으로 보면 설비투자 칸이 가장 먼저 경계로 움직였고 가격 칸이 그다음이며 재고 칸은 아직 자료가 부족합니다(필자 판단). 반도체 공급 과잉이 확정되려면 세 칸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6-2. 2028년 분기점을 읽는 순서
2028년이 분기점이라는 판단의 근거는 사실상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신규 팹 일정의 겹침이며, 합계 캐파 증가율 17.1%는 같은 데이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독립된 근거로 세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BofA의 2028년 가격 조정 전망이라는 외부 근거입니다.
여기에 반대 증거가 있으므로 이 판단은 조건부입니다. 필자는 2028년을 정점이나 바닥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추세가 유지되는지 시험받는 시기로 봅니다.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는 중에 신규 물량이 들어오면 가격이 먼저 반응하고, 이어서 고객 재고와 주문이 반응합니다(필자 해석).
2편의 신호등을 공급 쪽으로 옮기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가격 칸이 먼저 경계로 가고 재고와 리드타임이 따라가며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지막에 둔화합니다. 반도체 공급 과잉은 이 순서가 한 방향으로 완성될 때 확정됩니다.

6-3. 독자가 분기마다 확인할 네 가지
필자는 반도체 공급 과잉을 점검하는 독자가 분기마다 확인할 네 가지를 권합니다. 첫째 신규 팹의 첫 웨이퍼 투입 분기, 둘째 웨이퍼 투입 증가율과 비트 출하 증가율의 차이, 셋째 HBM의 웨이퍼 비중, 넷째 범용 D램과 낸드 계약가가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시점입니다.
이 네 가지는 모두 공개된 자료에서 추적할 수 있습니다. 회사 실적 발표와 시장조사기관 보도, 계약가격 통계가 출처입니다. 필자가 가격과 장비투자를 제품별로 나눠 기록하라고 권한 3편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하나의 숫자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신규 팹 가동 소식이 나와도 램프업 단계와 HBM 비중을 확인하기 전에는 반도체 공급 과잉의 신호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격 둔화 소식이 나와도 수요 증가세와 계약 구조를 확인하기 전에는 확정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일정으로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10월 8일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을 발표했고, 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었습니다. 증권가 컨센서스(영업이익 약 105조 원)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잠정실적은 통상 매출과 영업이익 중심이어서, 증설·램프업과 HBM 비중에 대한 경영진의 설명은 이후 확정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권사 추정과 회사 일정은 분기마다 바뀌므로 숫자보다 기준 날짜를 먼저 적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7. 맺음말
반도체 공급 과잉을 읽는 일은 숫자를 하나 더 아는 일이 아니라 시계를 둘로 나누는 일입니다. 증설의 시계는 현재 목표로 움직이고, 수요의 시계는 분기마다 바뀝니다. 두 시계가 2028년 전후에 만난다는 것이 이번 편의 가장 중요한 수치 정보입니다.
이번 글에서 다룬 숫자는 대부분 증권사 추정과 회사의 목표입니다. 확인된 사실은 신규 팹 건설이 진행 중이고 일정이 앞당겨지는 방향이라는 점이며, 그 팹이 얼마나 빨리 출하로 이어질지와 투자 속도가 유지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구분을 지키면 어떤 전망이 나와도 같은 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의 숫자는 모두 10월 7일 기준입니다. 증권사 추정과 회사 일정은 분기마다 바뀌므로 반도체 공급 과잉을 점검하는 사람은 숫자보다 기준 날짜를 먼저 적어 두어야 합니다. 같은 표를 석 달 뒤 다시 열었을 때 어떤 숫자가 어느 방향으로 바뀌었는지가 가장 좋은 신호입니다.
이전 글 「AI CAPEX는 언제 반도체 매출이 되나: 주문 경로의 시차 | 반도체 업황 X레이-4편」에서는 투자 발표가 구매계약, 인증, 납품, 통제권 이전을 거쳐 매출이 되는 수요 쪽 시차를 정리했습니다. 5편은 같은 시차를 공급자 쪽에서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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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무엇이 다를까: HBM 믹스와 감가상각 | 반도체 업황 X레이-6편」에서는 증설이 두 회사의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HBM 제품 믹스와 신규 팹의 감가상각 부담이 이익을 어떻게 갈라놓는지가 핵심입니다.
관련 글로는 「테라팹은 꿈을 넘어설 수 있을까: AI 반도체 패권의 새 공장인가, 거대한 실험인가 | AI 반도체 패권X레이-9편(최종편)」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블로그 목록 소개문은 새 공장의 현실성을 자본·장비·인력·수율·세제 관점에서 점검한다고 설명하며, 이번 편의 증설과 수율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이어 줍니다.
📌 현장 인사이트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새 거래처를 늘리거나 거래 규모를 키울 때마다 비용은 첫날부터 나가는데 매출은 몇 달이 지나서야 안정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능력이 늘었다는 것과 실제로 돈이 되는 시점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큰 증설 소식을 들으면 먼저 첫 출하가 언제인지를 묻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번 글에서 웨이퍼 숫자보다 시차를 먼저 본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숫자보다 날짜를 먼저 적는 이 습관이 지금도 제 판단의 기준이며, 큰 숫자보다 첫 입금일을 먼저 확인하던 오래된 버릇이기도 합니다.
✍️ AspiringCEO | 대기업 실무경험 + 공공기관 전략·경영 컨설턴트, 총 38년
FAQ – 자주 묻는 질문
Q1. 반도체 공급 과잉은 언제 오나요?
A1. 확정된 시점은 없습니다. 필자는 2027년을 공급 부족 유지, 2028년을 첫 분기점으로 보는 조건부 판단을 합니다. 삼성전자 P5, SK하이닉스 용인 Y1, 마이크론 신규 팹이 2027~2028년에 이어서 가동을 목표로 하고 BofA는 2028년 가격 조정을 전망합니다. 다만 마이크론은 2028년까지 공급이 더 빠듯해진다고 말하며, 증설 일정은 현재 목표여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Q2. 웨이퍼 생산능력이 80% 늘면 공급도 80% 늘어나나요?
A2. 그렇지 않습니다. 생산능력은 설비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이고 실제 출하는 가동률과 수율, 고객 인증을 거쳐야 합니다. 필자의 가정 시뮬레이션에서 신규 팹의 첫 4분기 유효 출하는 풀가동 때의 약 46%였지만 이는 실제 기업의 수치가 아닌 설명용 가정입니다. LS증권도 생산성 개선 기여도는 6.5%에 그친다고 분석했습니다.
Q3. HBM이 늘면 범용 D램 공급은 줄어드나요?
A3. 같은 웨이퍼를 나눠 쓰므로 HBM 비중이 커질수록 범용 D램 몫은 줄어듭니다. 트렌드포스는 HBM의 웨이퍼 투입 비중이 지난해 말 약 18%에서 내년 30%로 높아진다고 봅니다. 필자의 단순 결합 계산으로는 범용 D램 웨이퍼 투입 지수가 내년에 약 5% 줄어들지만 정밀한 예측치가 아닌 방향성 자료입니다.
Q4. CSIS는 반도체 공급 과잉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A4. CSIS는 새 공장에 150억~200억 달러가 들고 건설에 2~3년 이상 걸려 증설과 수요 사이의 시차가 남는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재의 부족이 2027년까지, 일부 추정으로는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공급 과잉 여부는 수요 증가세와 증설 속도의 조합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Q5. 중국 업체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A5. CXMT는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8~10%로 4위로 추정됩니다. 3사가 HBM에 웨이퍼를 더 투입할수록 범용 D램의 빈자리를 중국 업체가 채울 여지가 생긴다고 CSIS는 지적했습니다. 다만 HBM과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에는 아직 기술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많고, 중국의 증설이 자국 수요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